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20대 여성 “거울 없이 6개월 살아보니…”
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 보시는지. 여성이라면 손거울 정도는 늘 휴대하며 수시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성들이 거울을 보는데 연간 5일을 소모한다는 통계조사도 나와 있다. 그런데 여기 거울은 물론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면 유리창이든 휴대전화든 절대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결심한 20대가 있다. 그것도 결혼을 앞두고 한창 달콤한 연애에 빠진 날씬한 여성이 말이다.

미국 UCLA 대학원의 사회학도인 컬스틴 그뤼스(28)는 지난 3월26일부터 1년을 목표로 ‘거울 안 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뤼스가 이를 결심하게 된 데는 다소 아이러니 한 상황이 계기가 됐다.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고르던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다이어트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오랜 기간 다이어트로 지난 10여년 간 식욕감퇴에 시달려 온 터였다.

날씬하다 못해 비쩍 말라 더 이상 체중을 뺄 필요가 없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든 것. 그뤼스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는 “나에게 있어 거울을 보는 행위는 곧 부정적인 생각과 연결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잘못된 인지를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뤼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책에는 목욕할 때조차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보지 않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율을 지켰던 수녀들의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그뤼스는 “한번도 수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날따라 이들이 부러웠다”면서 “늘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LA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리곤 ‘과연 하루라도 거울을 안보고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그뤼스는 거울, 매끄러운 표면, 유리창, 사진 등 자신의 외모를 비추는 모든 것을 가려 보기로 했다. 외모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찰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이것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 그는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Mirror, Mirror…Off the Wall)란 제목의 블로그를 만들어 거울 없이 사는 삶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다. 치아에 음식이 끼지는 않았는지, 머리 모양은 괜찮은지 걱정됐다. 무엇보다 화장을 진하게 하는 편이었던 그에게 거울없이 화장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써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뤼스는 “하루가 잘 풀리거나 안 풀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거울에 의존해 왔는지 알게 됐다”고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운영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는 약혼자도 참여하도록 했다. 거울을 볼 수 없어 화장을 최소한으로 해온 그뤼스는 “약혼자가 화장을 옅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면서 함께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둘 사이가 더 친밀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뤼스의 ‘거울 없이 1년 살아보기’ 체험은 오는 10월1일 하루 지켜지지 못할 전망이다. 그날 그뤼스의 결혼식이 치러지기 때문.

고심을 거듭하던 그뤼스는 “특별한 날인 만큼 거울을 보고 예쁜 신부로 하루를 만끽하라”는 누리꾼들의 조언을 결국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뤼스는 “결혼 다음 날부터 다시 거울 없는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