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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고 때문에” 日엘피다 대만으로 생산능력 40% 이전
급격한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해외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3위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까지 일본내 생산능력의 40%를 대만으로 이전한다고 밝히면서 초(超)엔고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는 국내 유일 생산거점인 히로시마 공장의 제조설비를 대만 자회사로 옮기고, 히로시마 공장은 첨단기술을 사용한 스마트폰 전용 제품으로 특화하기로 했다.

▶엘피다 ‘脫일본’ 왜?=엘피다가 대만으로 생산능력을 이전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엔화가 영향을 미쳤다. PC용 반도체 메모리 가격이 세계적인 재고 증가로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엔고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여파로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전후 최고치인 달러당 76엔대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엘피다의 경우 달러당 엔화값이 1엔 오르면 연간 40억엔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4~6월기) 연결 영업적자는 38억엔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PC전용 D램의 수요침체로 주력품 가격이 8월말 현재 6개월간 50% 하락해 앞으로도 적자폭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엘피다는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항하기 위해 근본적인 생산체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해외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가 대만으로 생산능력을 이전함에 따라 일본과 대만의 생산비율도 역전된다. 일본내 유일 D램 제조공장인 히로시마 공장의 생산능력은 직경 300밀리의 실리콘 웨이퍼 환산으로 월간 약 12만개 수준. 이중 최대 40% (5만개) 가량의 설비가 향후 1년간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일렉트로닉스로 단계적으로 이전됨에 따라 일본과 대만의 생산비율은 6 대 4에서 3 대 7로 역전된다.

엘피다 측은 히로시마 공장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는 저소비 전력형 대용량 D램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기존공장 인접지에 200억엔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용 클린 룸을 정비하기로 했다. 공장 직원은 그룹 내로 흡수해 고용을 유지한다.

▶日산업공동화 우려 심화=일본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해외이전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함으로써 일본의 산업공동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중공업이 합병 협상에 합의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경영통합과 사업폐지, 인력감축 등 자구책을 펴고 있지만 엔화 강세와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야기된 전력부족 사태, 그리고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의 맹추격과 같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일본 정부 역시 엔고 저지를 위해 지난달 대규모 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수출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비상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기업들의 해외이전 움직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제조기업의 46%가 “엔고가 지속될 경우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의 엔화 가치(달러당 76엔대)가 지속되면 제조업체의 80%가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기업의 32%는 2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엔고가 장기화와 전력난으로 일본 기업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해외로 더 많이 이전하면서 산업 공동화가 빚어질 수 있음을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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