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갈림길에 있는 유로존, 해체 위기 VS 통합 강화

유로존 위기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유로존이 해체와 통합강화의 갈림길에 서게됐다.

지난 2010년 4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을 전후해 시작된 그리스 발 유로존 위기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넘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흔들면서 유로존 전체의 재정과 공공채무, 금융업계는 물론 실물경제까지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따라 1979년 유럽통화제도(EMS)로 시작해 1999년 단일통화인 유로를 탄생시킨 유럽통화동맹(EMU)이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그리스 디폴트ㆍ유로존 탈퇴 필요 논란 =이에 그리스가 ‘질서 있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토록 하고 유로존에서 퇴출하거나 유로존을 ‘1, 2부 리그로 분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는 유로존 해체라는 최악의 파국을 막는 길이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그리스의 디폴트나 유로존 탈퇴가 유로존 전체와 세계 경제에 줄 충격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하므로 오히려 적극 그리스 살리기에 나서는 것이 비용을 적게 들이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유로채권 발행 등 통합 강화가 근본적인 살 길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재정위기로 유로존이 해체될 것이라는 비관론과 오히려 위기를 통해 통화동맹과EU가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리스 디폴트 필요성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해 왔다. 최근 독일 등을 중심으로 그리스 국가부도에 따른 영향들을 최소화하는 대책들을 미리 준비한 다음에 수순을 밟는 이른바 ‘질서 있는 디폴트’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유로존이 막으려 해도 현실적으로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기초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강제 축출하는 것은 리스본조약 등 EU의 관련 법규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그리스가 전격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자진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받지 못할 경우 부도 외엔 방법이 없으므로 드라크마화를 다시 도입해 통화 평가절하와 독자적 금리정책 등을 통해 경제회생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자진 탈퇴 역시 법적, 현실적 장애가 많은 것으로 이미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바 있다. 그리스로서도 이는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뒤따라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모든 수단이 소진된 다음의 최후로 선택할 방안’일 수 밖에 없다.

◇ 통합 강화가 오히려 살길 주장도 고조=따라서 EU와 회원국들은 일단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이탈을 막기 위한 회생 방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유럽 언론매체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결국은 정치·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통합론자들은 이번 유로존 위기는 통합 가속화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EU와 유로존의 역사는 숱한 반대와 논란 속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하기는 했어도 정치·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전돼 왔다는 것이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 있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등의 국채를 대거 매입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기능 확대와 기금 증액에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것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또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공동의 재정정책을 관장할 공동경제위원회 창설을 제안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단일 지도자가 이끄는 진정한 의미의 유럽의 첫 ‘경제정부’를 만들자는 이제안 역시 통합 강화가 불가피함을 ‘매파’인 독일도 수용한 증거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 2일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기존 EU 조약(통칭, 리스본 조약)을 개정해서 경제 및 재정정책의 관할권을 브뤼셀의 EU 기관으로 양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도 주목 대상이다.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부실 재정 국가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제재’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어찌됐든 향후 EU 조약에 재정동맹 요소가 최대한 포함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EU 집행위를 중심으로 한 통합강화론자들은 앞으로 유로채권 발행은 물론 재정동맹 이행, EFSF를 대체할 유럽판 통화기금(EMF) 설립 등 경제적 통합의 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겠지만 결국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각종 장애와 돌발 변수 많아 유로 미래 불투명=그럼에도 유로존의 미래는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당장 EFSF 기금 확대와 그리스의 ‘공약’ 이행과 디폴트 방지 등에도 각종 난관과 돌발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집행의 댓가로 약속한 경제개혁과 국유재산 매각, 적자 감축 약속 중 일부만 이행했을 뿐이다. 유로존 정상들이 7월에 합의한 EFSF 기금 확충과 기능 확대 역시 EU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수 국가가 국내 반대 여론과절차 문제 등을 이유로 비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유럽통화기금 설립은 아직 초기단계의 구체적 구상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유로존 단일 재무부 설립 등 통화동맹을 재정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회원국 간 이견이 크고 아직 실질적 토론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긴급 위기 해소책들이나 통합 강화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선 또다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 등 재정우량국가들은 추가 부담액 대부분을 떠안게 된다.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서가 부정적이고 정치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통합 강화가 살길’이라고 생각해도 선거를 의식, 실제 발언과 행동은 달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불안과 폭락 장세는 계속되는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 위기와 유로존 균열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긴박하게 째깍거리고 있지만 EU의 반응은 항상 느린 것이 시장의 불투명성을 더욱 크게 하는 것이다.
바호주 위원장은 “EU가 현재 가장 심각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면서 “이는 유럽의 정치·경제적 미래를 위한 싸움이자, 세계 속 유럽의 위상을 위한 싸움이며, 유럽통합 그 자체를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 싸움의 결과가 유로존 해체로 끝날지, 오히려 위기 극복을 통한 위상 강화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헤럴드 생생뉴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