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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한방에 ‘훅’ 가는 1등
후발주자들의 역습이 매섭다. 곳곳에서 후발주자의 한 방에 타격을 입고 급기야 1위 자리까지 내주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라면 시장 70% 점유율을 자랑하는 압도적 1위 업체 농심. 사골 국물을 넣었다는 프리미엄급 제품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다가 ‘과장광고’ 시비에 휘말리고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는 소비자의 비난에도 직면했다. 결국 신라면 블랙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 이미지도 훼손되고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게 됐다. 신라면 블랙이 생산중단에 이르는 데에는 꼬꼬면의 상승세도 한몫했다. 시청률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선보였다는 꼬꼬면은 출시 한 달 만에 라면 판매순위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얼마나 더 팔릴 것인지, 또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꼬꼬면이 만년 1등 신라면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한 방에 퇴출시킨 것은 사실이다.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 피죤. ‘빨래엔 피죤’이라는 CF 노래가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주문이기라도 한 것처럼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구매했고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왔다. 30여년 동안 1등을 지켜왔던 피죤은 최근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오너 일가의 반사회적인 경영행태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진 데다 후발업체인 LG가 고농축 유연제 등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약진한 탓이다.

하이트와 OB맥주의 엎치락뒤치락도 만만치 않다. 젊은 세대는 하이트를 1등 브랜드로 기억하지만 사실은 압도적 1등이었던 OB를 따라잡고 역전했다. 1993년 ‘깨끗한 지하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기치를 걸고 하이트를 내놓으면서 만년 1등이었던 OB맥주를 이겼고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9년 카스 인수 등 다각도로 노력하던 OB맥주는 카스의 약진과 신제품 ‘골든라거’의 성공 덕분에 매출이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트맥주의 목표가를 하향조정하는 반면 OB맥주의 시장 1위 탈환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한 방에 훅 가는 1등은 비즈니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늘 1등을 달리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서 ‘대세’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박 전 대표가 정치권에 이름도 올리지 않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한 방에 밀렸다. 실제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지금의 인기가 득표로 연결될지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3년 지켜온 1위 자리를 6일 만에 뺏겼다’는 요약은 사실이다.

‘한 방에 훅 가는’ 1위의 특징은 말할 필요가 없다. 1위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만했고, 끊임없는 혁신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오랫동안 차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만에 빠질 수 있다. 고객의 사랑이 당연하다고 여겨지게 된다.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예민한 촉수를 드리우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1등짜리 제품을 가진 기업, 특히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라면 지금 당장 ‘비상대책회의’를 열어야 한다. 조직 내에 자만심이 깔려 있어서 동맥경화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혁신의 속도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한편 부동의 1위 제품 그늘에서 만년 2, 3위를 하는 기업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주어진 자원 등을 당장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IT 시대에는 소비자가 순식간에, 아주 쉽게 1위와 2위의 순서를 바꾸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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