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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겨운 흙내음…돌담길 따라 지금, 돌아갑니다

내려디딘 발걸음이 가볍다. 중력 탓일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채소 한 단을 들었다 내려놨다. 유례없는 전세난에 가슴 한쪽도 털썩털썩 내려앉았다. 모든 게 무겁기만 했던 봄, 여름이 지나갔다. 

고향이 부른다. 이건 또 다른 중력이다. 자꾸 우리 마음을 아래로, 아래로 잡아끈다. 휘황한 도시의 불빛에 홀려 정처 없이 부유(浮遊)했던 꿈도 잠시 가라앉는다. 그리운 얼굴들을 만난다는 설렘만이 하늘 위로 파랗다. 오늘처럼 기와와 돌담이 정겨워 보인 때도 없었다. 

큰 도시의 수장이 물러났다. 그 도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 어른은 뽑힐 때 큰돈을 경쟁자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다른 큰 도시의 큰 은행에는 검은 거래를 위해 높으신 분들의 큰돈이 오갔다고 했다. 큰 섬의 어떤 작은 마을도 시끄러웠다. 나라에서 군인과 무기가 머물 곳을 만드는 문제로 사람들 목소리가 커지고 몸들이 부딪쳤다. 큰 회사 앞에서는 무더운 날씨 탓인지 너무 시원해 아프기까지 한 물대포가 3년 만에 터졌다. 먼 나라에선 독재자가 무너졌고, 아이디어가 많아 신기한 휴대전화랑 컴퓨터를 쏟아내던 회장님이 갑자기 은퇴했다. 섬나라와 작은 섬을 두고 다퉜고, 우리나라 가수들이 지구 저 건너편에 가서 스타 대접을 받았다. 온통 크고 무겁고 시끄럽고 비싼 것들이 우릴 둘러싸 지치게 했다.

이 모든 것을 잠시나마 뒤로하고 지금 우린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 

임희윤 기자/ imi@heraldcorp.com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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