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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맘 신화 못버리면 우울증
자녀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은 가사와 육아, 업무를 ‘저글링’ 하며 1인多역을 소화해 내야 하는 고된 자리다.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부지런하게 살면서도 ‘아기 엄마’라는 이유로 인사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마음 한켠에선 집에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업무와 육아를 멋지게 쟁취하면서도 스타일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 여성들을 볼 때면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해!’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스트레스 지수는 배가 된다.

워킹맘이라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슈퍼맘’ 판타지를 과감히 버려야 일과 가사를 더 잘 병행할 수 있다고 미국의 사회학 전문가가 권고했다. 워싱턴 대학 사회학과 카트리나 레웁 연구원은 지난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사회학협회 연례 학술회의에서 “워킹맘들을 짓누르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육아와 가사, 일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이라면서 “이는 자칫 심각한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웁 연구원은 워킹맘과 전업주부 총 1600명을 대상으로 일과 가정에 대한 태도와 우울 정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1600명은 미국 정부가 실시하는 ‘국가청소년장기연구’ 대상자들 중 일부로, 1979년 당시 14~22세였던 이 여성들은 현재 최고 50세가 됐다.

레웁 연구원은 이들에게 ▷ 남성이 집 밖에서 돈을 벌고 여성은 집안일과 가족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낫다 ▷ 여성은 집에 머무르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 일하는 아내는 자녀를 비행청소년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등의 질문을 해 전통적인 여성역할에 대한 부담 정도를 측정했다. 그런 후 조사대상 여성들이 40세가 됐을 때 우울 정도를 조사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성역할과 직업을 모두 잘 해내야 한다고 부담을 갖는 ‘슈퍼맘-워너비’ 여성들이 슈퍼맘 신화를 거부한 여성들보다 우울 정도가 높았다. 결혼 만족도와 업무시간 같은 변수를 고려해 분석했을 때도 같은 결과였다. 전체적으로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전업주부보다 우울 정도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웁 연구원은 “여성들의 우울 정도에 직업 만족도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레웁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소화하기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소화하되 중요한 것을 뺀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위임한다는 태도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워킹맘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업주부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몇 가지 끈만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워킹맘들은 더 인내심 많고 지혜로운 직장인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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