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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과잉이 부른 위기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

부채 급증으로 귀결 당연

과시적 소비과잉 한국도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때



주식시장의 폭락은 세상의 ‘과잉’에 대한 시장의 경고 내지는 징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부동산 차입(leverage) 금융의 과잉과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 만연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촉발한 최근의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국 정부에 과잉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장의 준엄한 질책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모든 구조적 문제를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려는 통화주의적 접근을 이제 그만 두라는 시장의 명령이라고 느껴진다. 겸허히 받아들일 일이다.

선진국 정부의 부채는 그 나라 국민들이 너무 높은 생활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생긴 문제다. 정부의 부채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그 쌍둥이 적자는 결국 국민들이 지나친 풍요를 누린 대가라는 측면에서 가계 부채와 유사한 뿌리를 갖고 있다.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 수준은 부채의 급증으로 귀결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무위험 자산으로서의 미국 국채 위상이 흔들리는 심리적 공황의 성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위험(risk)보다 더 무서운 불확실성(uncertainty)가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주가의 폭락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이제는 모두들(정부와 개인 모두) 생활수준, 즉 소비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경제에서 흑자 경제로 탈바꿈하라는 명령이다.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빚을 갚으라는 이야기다.

비단 미국이나 유럽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최근의 국내 증시 폭락이 반드시 외부 요인에만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내부의 과잉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 과잉 부동산 보유, 과잉 교육비 지출, 과잉 생활수준이 초래한 가계 부채와 급증하는 정부 재정지출 수요는 우리 경제의 복병이다.

부자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의 높은 생활수준에 놀라는 것을 흔히 본다. 우리가 너무 외면적으로 화려하게 잘사는 것은 아닐까? 거리에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평균 크기가 한국보다 더 큰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명품들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은 그리 유쾌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과시적 소비의 과잉에 살고 있는 듯하다. 가계 부채 문제만 없다면 걱정할 일도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의 ‘호화로운’ 사회간접자본 시설들이 자랑스럽지만, 혹시 우리 정부의 재정지출이 너무 방만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금융기관의 점포가 지천에 깔린 것을 보면 우리는 금융 과잉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저축은행 사태와 가계 부채 문제가 금융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소비가 미덕인 것처럼 알려져 왔다. 이제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다시 저축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 검박한 과거의 한국인으로 돌아가 과소비를 줄이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저축을 늘리고 빚을 줄이고 부동산 보유를 줄이고 유동성 자산을 늘리라는 것이 주가 폭락이 주는 교훈인 것은 분명하다. 가계의 재무 건전성만 회복되고 정부의 재정 건전성만 유지된다면 한국은 계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남을 것이다.

이원기 PCA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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