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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컨설턴트의 눈... 해바라기는 조용하지만 폭발력있는 소재
드넓은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동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해바라기 밭에 대한 추억이다. 그저 똑같이 생긴 해바라기가 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을 뿐인데, 그 아름다운 황금빛 추억의 잔상이 잊혀지질 않는 것이다. 당연히 동유럽 어딜 가더라도 크고 작은 해바라기 축제가 매년 곳곳에서 펼쳐진다. 동유럽뿐만 아니다. ‘한여름 밤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록음악 페스티벌’ 처럼 해바라기는 보편적인 축제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힌다. 소재에서 오는 밝고 싱싱한 느낌과 소박함이 주는 친근함 그리고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친화적 특성 때문이다.

그런 해바라기 축제가 유독 한국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기후와 대중적 먹을거리로 활용되지 않는 환경 등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해바라기’만으로는 ‘축제’라는 큰 그릇에 담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우때문이 아닐까. 단순하지만 자연이 주는 고요한 폭발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때문이다.

현재, 해바라기를 소재로 한 한국의 축제로는 안산과 제주, 태백 등이 있다. 그 중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태백의 해바라기 축제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성공적인 운영전략으로 뒤늦게 시선을 받기 시작한 보기드문 사례다. 특히 연평균 1500만원이라는 최소비용으로 관람객 4만5000여명을 끌어모으며 90% 이상이 강원도 이외 지역에서 온 관람객이라니 이쯤 되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해 내는 ‘축제계의 벤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우수축제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지역축제인 셈인데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조화로운 듯 하면서도 조금은 식상하게 비춰지는 ‘자연과 예술의 만남’ 이란 모토다. 그럴싸하긴 하지만 뭔가 반짝이는 게 없는 밋밋한 광고카피 느낌이랄까.

현재 태백 해바라기 축제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술은 주로 미술, 사진전시 등 해바라기 밭 곳곳에 전시성 예술품을 함께 나열하는 형식인데, 이보다는 해바라기의 시각적 감성을 한층 자극할 수 있는 청각적 예술, 즉 음악으로 감동의 폭을 넓혀 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고요한 산중에 시끄러운 음악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자는 것은 아니다. 그림같은 해바라기 언덕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아한 선율의 클래식이 적당하다. 또한 축제의 개막식이나 폐막식에 지역소재의 수준높은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해바라기 언덕을 배경으로 대형 야외음악회를 펼친다면 대관령음악축제 못지않은 폭발력을 지닐 수도 있다. 이는 야외음악축제에 익숙한 외국인들을 유혹하는데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다.

독일의 프라이베르크 해바라기축제와 미국의 오레곤주, 크락스데일 해바라기 축제 등 해외에서도 해바라기 축제에 음악을 접목시켜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들이 있는데, 젊은이들을 의식한 록음악이 대부분이다. 태백 해바라기 축제의 경우는 한국의 야외 록음악 축제들이 이미 여럿 성행 중이라 현재의 서정성 짙은 고요한 축제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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