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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만 마시면 손이 ‘부들부들’…당신의 심장도 떨고 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이모 씨는 갑자기 생긴 손떨림(수전증)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술접대 자리에서 남들의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손떨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 원인을 제거하면 쉽게 완치된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손떨림이 건강의 적신호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알코올 중독 적신호 손떨림(수전증)=떨림은 신체 부위가 율동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본태성 떨림(특별한 이유 없이 떨리는 증상)이나 갑상샘 기능 항진증, 약물 그리고 파킨슨병을 포함한 뇌의 질환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는 “떨림병은 원인에 따라 치료 성과가 좋은 경우가 많고, 본태성 떨림의 경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꼭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떨림 증상을 알아챌까봐 가족 이외에는 다른 사람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대인기피증이 생기거나, 대인과 접촉하는 경우가 많은 사람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알코올 중독 환자는 본인의 체질과 환경, 유전적 요인이 복합작용하면서 손떨림이 발생한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이지영 교수는 “알코올 중독 환자는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서 자율신경 계통이 항진될 때 손떨림이 올 수 있다”며 “알코올 금단증상이 올 때가 무서운데 금단증상이 이틀째 될 때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도 오르면서 몸이 항진되고 심한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 심정지(펌프기능이 멈춰 혈액순환이 중단된 것)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떨림보다 심각한 것은 알코올, 술이 일으키는 각종 질환=알코올 중독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면서, 치명적 질환이다. 알코올 중독은 위염, 위궤양, 췌장염 등의 소화기관 장애,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간장 질환, 고혈압, 당뇨, 성기능 장애 등의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치매나 의처증 등의 정신과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음 후 술에서 깰 때 심한 두통을 경험한다. 알코올의 중간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술에 포함돼 빛깔, 맛과 향을 결정하는 혼합물질 및 인공 첨가제 속의 독성 때문이다.



알코올은 기억상실(필름이 끊김)도 유발한다. 술 취한 상태에서 이름이나 직업, 주소 등은 잘 기억하면서도 5~10분 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알코올이 뇌의 화학적 저장을 방해하면서 새로운 기억을 막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적당한 술은 심장병에 좋다’는 말도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알코올 중독이나 중독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한 잔의 술이 독이 될 수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의 치료에 대해서도 오해가 많다. 흔히 알코올 중독 치료는 폐쇄 병동에 입원하고 수개월간 치료받는 것을 떠올리곤 한다. 이 때문에 알코올 중독 환자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도 치료를 멀리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경증 환자는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대부분 알코올 중독은 격리가 아닌 외래 치료가 가능하고 심한 금단증상도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본인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고 때리고 잠들고…술버릇 왜 사람마다 다를까=술에 취하면 왜 사람마다 나타나는 행동이 다를까. 알코올이 사람의 대뇌 어느 부위에 예민하게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음료 또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술은 마취제나 수면 안정제와 같은 중추신경 억제 약물이다.



중추신경 억제 효과는 건강상태나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혈중 알코올 농도와 비례한다.



술버릇 중에선 충동 억제 중추가 술에 예민한 사람은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술만 마시면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은 통합 기능 부위가 예민한 경우다. 주로 판단력 기억력 집중력 등이 떨어진다. 각성 중추가 예민하게 억제되는 사람은 술만 마시면 잠자는 버릇이 나타난다. 울거나 웃는 사람은 감정 조절 중추가 예민한 것이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이 같은 반응은 개인에 따라 대뇌의 어느 부위가 가장 예민하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 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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