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 부대의 지휘관에게 항명을 했다는 이유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전입된 박현수(가명) 의경은 “전역이 얼마 안남았는데 제대를 하고 나면 김부관님 뿐 아니라 마포서에서 저에게 도움을 많이 줬던 사람과 꼭 연락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의경에게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권투를 권한 사람은 프로 복서 출신인 마포경찰서 방범 순찰대 김성대(39ㆍ경장) 부관이다. 김 부관은 박의경처럼 젊은 혈기 때문에 부대 내 적응이 더딘 의경들에게 사비를 털어 권투를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마포경찰서 5층 상무관에서는 “원투, 원투” 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짧은 머리의 앳된 의경들이 구호에 맞춰 쨉 연습에 한창이다. 김 부관은 지난 5월부터 대원들에게 일주일에 한두번씩 권투를 가르치고 있다. 자기 시간을 내 권투를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사비를 털어 땀복이나 줄넘기 등을 사 의경들에게 지원했다. 그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8명으로 시작한 권투부원들이 지금은 20명으로 늘었다.
얼마 되지 않는 공무원의 월급으로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10만원 안팍의 월급으로 대원들이 뭘 할 수 있겠나. 다 막내동생 같은데 내가 준비해야죠”라며 “전의경 생활문화개선에 효과가 보이면서 마포서 차원에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전국의 경찰서에서 전의경 생활문화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해법은 눈여겨볼 만 하다. 김 부관은 “의경들이 통제된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데 가장 격렬하다고 여겨지는 권투를 하면서 땀을 쏙 빼고 나면 대원들이 스트레스 해소, 자기 절제 등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외박금지 등 공적제제를 받은 의경들이 생기면 권투를 적극추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두각을 나타내는 대원들을 뽑아 경기에 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일년에 대회가 4번정도 있는데 잘하는 대원 몇 명을 눈여겨 봐 놨다”며 “우선 애들을 훈련시켜서 곧 있을 한국권투인협회가 주관하는 생활체육대회에 내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 부관은 “전 부대에서 문제가 생긴 박의경 같은 친구들이 권투를 통해 스스로를 절제하는 법도 배우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는게 기쁘다”며 “그런 친구들이 복도에서 만난 대원들이 ‘부관님 오늘은 권투 안해요?’라고 물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무관 한 켠에서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대원들 속으로 다시 돌아가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