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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그래도 다문화 사회는 계속된다
충격적인 노르웨이 참극

거주 외국인에 배타적인

우리사회에 따끔한 경고

더불어 사는 지혜 가져야




수십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참극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테러범 브레이빅은 극단의 원리주의적 이념을 구현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천인공노할 짓을 했다고 한다. 사회학자와 범죄심리학자들은 그를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치적으로는 극우 민족주의, 인종적으로는 순혈주의를 숭배하는 망상증 환자로 분류했다.

브레이빅은 사이코패스에 지나지 않는 살인광일 뿐이다. 그런데도 범죄 동기와 성향을 굳이 들여다본 것은 이번 사건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아서다. 유럽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역시 다문화 사회로 이미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3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3% 선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1% 늘어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외국인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다인종ㆍ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선택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주 외국인들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다. 외국인 영주권자 4만5000여명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미취업자다. 내국인에 비해 심각한 차별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50만달러 이상 고액 투자자, 박사학위 및 전문자격증 소지자 등 이른바 상위 계층으로 볼 수 있는 집단은 0.2%에 불과하다. 신분이 비교적 안정적인 영주권자가 이런 정도라면 일반 외국인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혼과 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 만연으로 외국인 신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렇게 꾸려진 가정이 18만가구가 넘는다. 이들은 주로 농어촌 지역 남성들과 결혼해 대한민국 출산율을 높이는 애국자들이다. 또 이른바 3D 업종은 전적으로 이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손을 놓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중소 생산업체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참으로 이율배반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노르웨이 참극을 우리 사회와 연계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아직은 이민자 비중이 높지 않고, 일부 외국인 혐오론자들이 있지만 극단적인 적대감을 보일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 이로 인한 가치관 충돌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러나 장담할 일은 아니다. 아직은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숙련도가 높아지면 내국인과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반면 차별에 시달리는 거주 외국인들이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내 거주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훈을 노르웨이 사태를 통해 얻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당당히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본권과 법적 지위 보장 등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 무엇보다 보편적 한국인으로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우리 역시 그들의 문화를 배우며 동질감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유럽 일각에서는 다문화 포용정책 재고를 검토한다고 한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극우 민족주의 정치집단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일시적 바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미친개가 난동을 부리면 사회는 잠시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게 마련이다. 도도한 시대와 사회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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