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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스릴러는 다르다
여름은 쟝르의 계절이다. 쫒고 쫒기는 자의 심리전과 뜻밖의 반전 등은 몰입도를 높이며 더위마저 잊게 한다. 그 중 추리소설, 미스터리 스릴러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쟝르의 봉우리다. 최근 추리소설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다소 낭만적인 풍경에서 벗어나 있다. 다중인격자, 사이코패스, 환경, 영토 분쟁까지 현대 사회 문제들이 추리소설안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차갑고 다채로와졌다.

기본 골격이랄 범인과 탐정간의 대결구도에서도 벗어나는 시도마저 엿보인다.여기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살인을 벌이는 대신 나태함, 순수한 악에 대한 호기심 같은 이유로 살인이 벌어지는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두뇌싸움이라는 방식 대신 최첨단 기술과 프로파일러 기법을 이용한 수사를 차용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보다 쫒고 쫒기는 자의 심리전과 뜻밖의 반전.특히 마지막 반전을 중시하는 경향도 최근 추리소설의 특징이다. 현대사회에서 범죄가 더 엽기적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리소설 역시 서늘하고 창백하다.

추리소설의 본고장이라 할만한 유럽과 미국, 일본 추리소설들이 한 여름 휴가철을 맞아 대거 독서시장에 나왔다. 제각각 다른 맛을 내는 추리소설들은 중독성이 있다. 북유럽권 추리소설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작품은 빈약해 아쉬움이 크다. 



‘내 안의 야수’(영림카디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신으로 20세기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중 한명으로 불리는 마거릿 밀러의 50년대 작품이지만 놀라운 현재성이 있다. 사이코패스, 다중인격, 셩격파탄자 등 심리 서스펜스의 전형적 요소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밀러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정안 내면의 심리, 누구나 지닌 불안과 두려움의 근저를 건드리며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려 나간다는 점에서 정공법을 따른다. 

소설은 노처녀 헬렌 클라보에게 한통의 전화가 오면서 시작된다. 클라보는 아버지로부터 풍족한 유산을 받았지만 싸구려 호텔에서 버림받은 것처럼 홀로 지낸다. 전화를 건 상대는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에블린 멜릭. 수정구슬을 통해 클라보를 지켜보고 있다며 부상을 예고한다. 통통튀는 비유, 풍성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미국 폭로전문기자 출신의 크리스토퍼 판즈워스의 화제작 ‘블러드 오스’(북로드)는 뱀파이어 스릴러지만 퀴퀴한 중세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뱀파이어 너대니얼 케이드는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호하는 비밀요원. 얍삽한 정치꾼 잭과 짝을 이뤄 음모를 막아내는 영웅적 스토리는 액션 헐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킨다.

현재 예일대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제드 러벤펠드의 ‘죽음본능’(현대문학)은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마지막으로 완성시킨 학설 ‘죽음본능’을 바탕으로 월가 폭탄 테러 사건과 그에 얽힌 정치적ㆍ과학적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미학적 구도가 탄탄한 추리소설이다. 



오늘날 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미국역사상 최초의 테러공격인 1920년 월가 폭탄 테러사건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구성했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작품은 휴가철 가방 속 필수 아이템. 특유의 드라마적인 요소로 누구나 읽기 부담없는게 특징이다. ‘고백’(문학수첩)은 루터교 교회에 강간범이 찾아와 목사에게 고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치어리더의 강간살인죄로 흑인아이가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 집행 4일전. 그리샴은 법정에서 인종차별적 살인조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 과정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파울루스 호흐가터러의 ‘인생의 단맛’(은행나무)은 추리적 재미와 문학적 감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심리 스릴러다. 금속같은 섬뜩한 차가움과 단단함, 정밀한 묘사, 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시점과 문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제 등 독특한 플롯이 매혹적이다. 첫 장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정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곧이어 일곱살 짜리 소녀는 머리가 으스러진 채 눈밭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사체를 목격하게 된다. 정신과의사 호른의 시각으로 현대인의 병적 심리, 어두운 심연을 해부해가는 작가는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개의 줄거리들을 하나의 매듭으로 묶어 예상치 못한 결말로 뒤집어놓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국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독일작가 넬리 노이하우스의 ‘너무 친한 친구들’(북로드)은 도로확장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의 엽기적 죽음이라는 시사적 주제로 또 다른 흥미를 제공한다. 동물원 인근에서 손과 발이 잘린 채 발견된 환경운동가의 주변에는 용의자로 볼 만한 적대적 관계들이 널려 있다. 법의학자 남편과 헤어진 후 외딴 목장에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한 피아 형사가 동물원장 산더와 피해자가 아끼는 제자이자 재벌가 미청년 루카스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는 설정 등은 노이하우스만이 줄 수 있는 달콤함이다.



이윤미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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