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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삐 푼 저축銀 대책…2002년 데자뷔?
여신전문 출장소 설치

할부금융 허용 등 완화

외형확대·과열경쟁 우려

“10년전 대책과 판박이”

되레 더 큰 부실 키울수도




저축은행의 숙원사업들을 일시에 풀어준 금융당국에 10년 전 정책 실패의 데자뷔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여신전문출장소 설치, 할부금융업을 허용 등의 규제 완화 조치들을 내놨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번 조치가 “서민금융기관이란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 죽겠다”는 저축은행의 아우성에 규제의 고삐를 풀어주는 현실은 부실의 싹을 키운 2000년대 초반의 모습과 겹쳐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정부의 규제완화가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01년 저축은행의 예금보호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고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 높은 연체율의 빌미를 제공했다. 2002년엔 ‘상호신용금고’라는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꿔 높은 신용도로 이미지를 바꿨다.

2005년엔 고정이하 여신비율 8%미만,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8%이상인 ‘88클럽’ 저축은행들의 대출한도 제한을 완화시켜주고 여신전문출장소 설치를 허용하며 공격적인 대출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줬다. 영업 제한이 풀린 저축은행들은 예금을 끌어모아 거금을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입하며 위험도를 높여왔다.

김석동 위원장도 지난 4월 국회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저축은행 문제에 정책과 대응의 한계도 있었다”며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리한 외형확대의 계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올 들어 상반기 영업정지와 하반기 예고된 구조조정을 앞두고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한 규제 완화는 2000년대 초반 상황과 판박이다.

당장 3개 이하 여신전문출장소의 조건 없는 허가와 할부금융업 진출은 각각 기존 대부업체, 캐피탈사와의 경쟁을 과열시킬 수 있다. 재무건전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과거 부동산 PF 대출한도를 확대한 대상 역시 88클럽 저축은행에 한정된 것이었다.

지방 저축은행의 수도권 영업 확대가 가능해진 만큼 영업경쟁이 붙어 수도권으로 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편의, 서민밀착 금융 확대라는 저축은행 서비스와도 거리가 먼 것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고시원의 임대업엔 좀 더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춰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서민용 부동산 대출과 연체율도 출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건전성 요건 등 안전판을 만들어놓아 일부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 심화의 원인을 되짚고 부실 전이 등도 감안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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