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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설턴트의 눈-쪽배 축제,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의 한 마당
윤극영 선생님은 푸른 하늘 은하수에 떠 있는 ‘반달’을 ‘하얀 쪽배’라고 했다. 그러자 그저 고적하게만 보였던 반달은 우리네 상상력 속에서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계수나무도 한 그루 자라나고 토끼도 한 마리 뛰어노는 그 쪽배는 밤마다 돛대도 달지 않고 삿대도 없지만 유유자적 은하수를 잘도 흘러 다닌다. 무엇이 고적한 ‘반달’을 멋진 쪽배로 만들었을까. 바로 상상력이다. 윤극영 선생님의 ‘반달’에서 그 이름을 따온, 화천에 여름이면 펼쳐지는 ‘쪽배 축제’는 바로 이 상상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축제다.

한겨울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화천이 한여름 쪽배 축제를 한다는 것은 이 고장이 그려내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천강이 가로지르는 물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니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강을 주제로, 여름이면 물놀이를 주제로 왜 축제를 생각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이 두 축제는 얼음 축제가 아니라 산천어 축제이고, 물 축제가 아니라 쪽배 축제다. 단순한 물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을 ‘쪽배 축제’로 부르자, 이 물놀이는 저 윤극영 선생님이 ‘반달’을 쪽배라 부르면서 마법처럼 꿈틀대던 그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창작 쪽배 콘테스트는 상상력이 넘치는 이 축제의 백미다. 가족끼리, 회사 동료끼리, 혹은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한여름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한다는 이 창작 쪽배 콘테스트에는 척 보기에도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매년 출품되어 경합을 벌인다. 이 콘테스트는 외관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경주도 하며 또 꽤 많은 상금도 걸려 있지만, 그렇다고 경합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한여름 가족과 동료들이 쪽배라는 주제로 뭔가를 함께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목적이다. 그러니 창작 쪽배 콘테스트가 만드는 것은 쪽배가 아니라 추억인 셈이다.

여름 휴가철이면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강박 속에 피서지를 찾아 나서지만 그것이 늘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창작 쪽배 콘테스트는 가족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배를 만든다는 막연한 어려움을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실제 배가 아니라 ‘쪽배’다. 심지어 돛대도 달지 않고 삿대도 없이 물에 떠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그러니 기능적인 어려움을 생각하기보다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한껏 발휘해 볼 만한 도전이 아닌가. 아이들에게는 부력과 동력에 대해 과학적 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 쪽배 축제는 진짜 모티브는 화천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에서 나온다. 수로가 일찍이 발달한 화천에서는 풍부한 목재를 싣고 가 소금으로 바꿔오곤 했는데, 이 여로가 만만찮았다고 한다.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돌아왔을 때 벌어졌을 마을 축제를 ‘쪽배’라는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바꾼 것이 쪽배 축제인 셈이다. 이 쪽배 축제를 여는 ‘낭천별곡’이라는 마당극에는 그래서 나무를 팔아 소금을 가득 싣고 오겠다고 떠나는 낭군과 그 낭군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간절한 기도와 사랑이 묻어난다. 물을 살짝 채워놓은 수상 마당(?)에서 마치 물장난 하듯 흥겹게 벌어지는 ‘낭천별곡’에서도 역시 기존 마당극의 수상 버전을 떠올리는 그 상상력이 번뜩인다. 이것은 월엽편주라는 이름의 수상바이크에서도 느껴진다. 정선에 레일바이크가 있다면 화천에는 수상바이크가 있는 셈이다.

실로 상상력의 힘은 위대하다. 그저 물이 많다는 그 특징은 그 위에 쪽배를 띄우는 상상력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하나의 흥겨운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한여름, 모두가 시원한 물을 찾아 떠나지만, 물이 주는 상상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화천이 제격일 것이다. 이것은 ‘쪽배 축제’가 앞으로도 더 많은 상상력을 통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정덕현(여가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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