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B
일찍이 윤종신이 ‘팥빙수’에 관한 열렬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기에, 그가 파는 팥빙수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TV드라마에서 ‘네 평창동입니다’ 라고 말하는 부잣집 마나님이 많은 종로구 평창동에 윤종신의 카페 LOB가 있다. 이곳의 팥빙수는 사뭇 비범한 비주얼을 과시한다. 산 좋고 물 좋은 지방에서 공수한 국산팥을 매장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조린다. 여기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호박, 쑥떡, 곶감이라는 구수한 삼단 콤보 토핑이 들어가고, 팥을 걷어내면 수줍게 유기농 미숫가루가 숨어 있는데 이것들을 함께 슥슥 섞어 먹으면 뭉근하게 조린 팥의 참맛이 느껴진다. 연유가 섞인 단맛은 세지 않아 다소 싱거울 수 있지만, ‘웰빙수’라 부르고 싶어지는 맛.
price 12,000
option 쑥떡, 단호박, 곶감, 그리고 도자 그릇
add 서울 종로구 평창동 98-6번지
tel 02-396-1367
동빙고
오픈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팥에 관한한 맛집이 된 곳이다. 밀크빙수계의 원조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밀탑빙수에 견줄만하다. 이촌동의 터줏대감인 루시파이의 주인이 야심 차게 기획한 밀크빙수로 충남 공주까지 직접 가서 팥을 골라 온다. 깐깐하게 눈으로 보고 손수 만져서 골라온 팥은 정성스럽게 삶고 조려 밀크빙수의 토핑으로 탄생하는데, 단맛이 있는 편이지만, 우유맛도 진해 고소하다. 연유도 직접 개발한 특제 연유를 사용한다고. 다른 곳에 비해 팥 색깔이 붉고 탱탱해서 통팥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팥을 위해 연구한 흔적이 느껴지듯 늘 한결같은 맛이다. 설렁탕집 깍두기 같은 떡도 방앗간에서 스페셜오더해 쫀득하고 실하다. 얼음결은 어찌나 고운지 비취빛 바다의 모래사장보다 더하다.
price 6,500
option 연천산이 아닌 공주산 팥, 청포묵보다 탱글한 주사위 모양의 찰떡, 특제연유
add 서울 용산구 이촌동 301-162
tel 02-794-7171
BE SWEET ON
빙수 하나가 이렇게 정식으로 차려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지극정성으로 차린 정찬을 받는 기분이랄까. 디저트 전문점답게 맛 또한 훌륭하다. 비스위트온의 녹차빙수는 시즈오카 모리마치산 상급 유기농 말차가루를 사용해 깊고 진한 녹차맛을 내는 일본식 빙수다. 보기만 해도 푸릇푸릇해지는 녹차 얼음 위에 팥과 녹차아이스크림이 그득하게 탑을 쌓았다. 크림과 팥으로 말린 녹차롤케이크와 함께 황설탕에 조린 메추리알처럼 생긴 떡도 함께 나오는데 재료 하나하나, 모양새 하나도 제대로 갖추어 나온다. 맛도 물론 훌륭하다. 너무 더운 날, 급하게 찬 걸 먹다가 뒷목이 뻣뻣해지고 관자놀이가 뻐근해 오거나 입안이 얼얼해지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녹차까지 함께 내어 준다. 단맛은 적당하고 팥은 다른 곳에 비해 점성이 좋아 아이스크림처럼 떠먹어도 맛있다.
price 16,800
option 삶은 메추리알 같은 말캉말캉한 떡과 뜨끈한 녹차
add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9-3 새봄빌딩 2층
tel 02-323-2370
MK2
대부분의 팥빙수 집에서는 팥을 삶는 온도와 재료 배합 등 고유한 레서피가 존재하지만, MK2는 ‘그때그때’ 다르다고 한다. 아마 주인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팥 맛이 다를지도 모른다(그게 매력일 수도). 특히 밀크빙수 중에서도 가장 시크하게 모양새가 무척 단촐하다. 단맛은 중간 정도며 우유맛이 진하지 않아 담백하다. 팥은 비온 뒤 땅처럼 질퍽거린다. 북유럽풍 빈티지 가구들과 한적한 통의동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괜찮은 편. 팥은 연천산을 사용한다.
price 9,000
option 뿌리다 만 미숫가루와 단촐한 떡 두 개
add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2
tel 02-730-6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