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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발톱 정리해 드릴까요”
“제가 발톱 좀 정리해 드릴게요”

여느 네일샵에서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대화지만 장소는 네일샵이 아니라 병원 중환자실이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에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5년째 ‘손·발톱 깎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이탁규(63세, 남)목사다.

이 목사는 주로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목회활동과 함께 호스피스 병실에 입원중인 말기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종교적지지 활동을 한다.

목회 활동 외에도 매주 1회~2회 병원의 모든 병실을 찾아다니며, 노인환자의 손·발톱을 깎아준다. 노인 환자들의 손·발톱은 일반인과 달리 매우 두꺼운 편이라 일반 손톱깎이로는 제대로 손질이 안 돼, 동네 철물점을 10여 곳이나 방문한 끝에 별도의 장비도 손수 구입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긴 하지만, 손·발톱을 잘 못 깎다가 피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당뇨합병증이 있는 환자들은 손·발톱관리가 중요한데도, 혹시나 잘못 깎다가 상처라도 생길까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목사는 “병상에 말도 못하고 누워계신 노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 의료진이 아니라 뾰족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없어서, 고민을 했다”며 “자세히 보니 노인 환자들은 스스로 손·발톱을 정리하지 못하길래 도맡게 됐다”고 말했다.

입원 중인 노인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무좀으로 인해 이차적인 세균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이 목사는 하루 평균 20~30명의 환자들의 손·발톱을 정리한다. 한 동안은 환자의 무좀균에 감염돼, 손톱에 무좀이 생겨 고생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스스로 무좀을 치료하는 동안 혹시나 다른 환자에게 무좀균이 전염될까봐 한동안 실리콘 장갑을 끼고 작업을 했다.
이 목사는 “손·발톱을 깎아준 환자만 해도 수 천 명은 족히 넘지만 환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 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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