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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분 4만8000원…고깃집 가기 무섭다
한우 산지가격 끝없이 추락…축산농가 울상인데
한우 1등급 ㎏당 도매가

1만1905원으로 20% 급락

식당선 올초 가격 유지

“중간 유통마진 영향”

삼겹살도 1만2000원 껑충

캐나다 등 수입산만 불티





#1. 직장인 서모(32) 씨는 회사 근처 한우 식당을 찾을 때마다 가격표가 바뀌어 있길 바라며 메뉴판을 유심히 들여다보지만 번번이 실망해야 했다. 산지에서는 한우 가격이 떨어졌다고 난리라는데 식당에서 파는 음식값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여긴 서 씨가 물어볼 때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저희 집은 고기가 워낙 좋잖아요”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던 사장은 며칠 전 “구제역 당시 입은 타격이 커서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해명했다.

#2. 이모(35) 씨는 지난주 말 삼겹살에 시원한 냉면으로 더위를 해결하려다 씁쓸한 기분을 안고 돌아왔다. 집 근처 고깃집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이 몇 주 새 20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식사 준비하는 아내가 보기 안쓰러워 외식을 했는데, 이젠 외식도 사치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추락하는 한우값이 식당서는 그대로?=한우값은 농민들이 깊이 내쉬는 한숨만큼이나 떨어졌는데 정작 식당에서 파는 고기값은 제자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암소를 포함한 한우 1등급의 도매시장 경매가격은 지난 1월 ㎏당 1만4900원에서 지난 1일 1만1905원으로 20%나 떨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내 한우 식당에서는 고기값을 내린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구제역 파동 때문에 올 초 올렸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의 A식당은 1등급 등심 1인분(130g) 가격을 지난해와 동일한 4만8000원을 받았다. 중구의 B고깃집 역시 등심 1인분(160g)에 4만원으로 가격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

마포구의 C고깃집은 지난 2월께 구제역 여파로 등심 1인분(150g) 가격을 3만7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올린 뒤 가격을 고수해오고 있다. 식당 측은 음식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명을 내놨다. A식당 측은 “산지 한우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식당에서 공급받는 고기값은 중간 유통마진 때문에 사실상 내린 게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구입하는 고기값은 크게 내리지 않았는데 야채나 소금 등 부자재 값이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판매가를 내릴 만큼의 여력이 없다는 게 식당 측 주장이다. B식당 관계자는 “구제역 이후로 한우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손님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며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음식 값마저 내리면 마진을 맞추기 어렵다”고 난색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시내 한우 식당에서 고기값 내린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돼지 삼겹살까지 金겹살이 돼 서민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삼겹살 너마저!”…서민과 축산 농가도 金겹살에 울상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한우와 달리 돼지 삼겹살은 고공행진이다. 삼겹살 가격이 급등하자 모든 식당들은 경쟁하듯 줄줄이 음식값을 올려 서민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고깃집은 삼겹살 1인분 가격을 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3000원 올렸다.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도 삼겹살 1인분을 1만원에 판매했다. 4인 가족이 삼겹살 외식을 하려면 최소한 6만~7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언감생심’이었던 한우는 물론이고 ‘서민형 고기’로 불리는 삼겹살까지 고가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 소비자는 비싼 음식값 때문에 외식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비싼 삼겹살 가격은 돼지를 사육하는 축산농가도 걱정거리다. 돼지를 사육하는 축산 농민들도 “삼겹살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국내산 돼지 대신 캐나다산 등 수입산 삼겹살을 들여와 판매하는 삼겹살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국내산 돼지 소비가 급감하면서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태산 같은 한숨을 쏟아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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