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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국방부가‘청렴도 꼴찌’오명을 벗고 싶다면
부정부패 척결 외치지만

정작 내부고발자엔 불이익

내부비리 실명신고 변경없인

썩은 환부 도려내긴 어려워





엘리트 해군장교였던 김영수 소령(해사 45기)은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군복을 30일부로 벗었다. 그는 2009년 해군대학 교관일 당시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를 상부에 수차례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자 특단의 조치로 모 방송에 출연해 고발했다. 

수사 결과 6억7000여만원의 국민 혈세가 줄줄 샌 것이 밝혀졌고, 31명이 사법처리됐다.

이 일로 김 소령은 각계의 박수를 받았으나 정작 군은 교관 자격을 박탈하고 후배가 상관으로 있는 국군체육부대로 좌천시켰다.

거듭된 ‘찬밥 대우’에 그는 결국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 해군검찰의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서 31위를 기록, 2009년 7위에서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군이 천안함 피격사건 대응과정에서 노출한 각종 문제점과 방산장비의 잇단 결함, 끊이지 않는 방산ㆍ군납비리로 얼룩진 탓이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27일 김관진 장관 주재로 공직기강확립대책회의를 열고 ‘일상감사제’ 도입, 중·소령과 5~7급 공무원까지 재산등록 확대 등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 같은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내부공익신고센터’ 전화를 개설해 제보를 받기로 하면서 반드시 실명으로 하라고 못박은 것이다. 엄격한 계급서열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에서 실명으로 상관 및 조직의 비리를 제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패 척결보다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외부에 비리가 덜 드러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환부는 더 썩게 마련이다. 썩은 환부를 드러내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각오 대신 내부고발자를 통제함으로써 청렴도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국방부만의 근시안적 발상이다. 혹 그동안 문제 없었는데 최근 불거진 비리 때문에 ‘비리, 거짓말 집단’으로 추락한 것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뿌리 깊은 부패구조가 이미 만성화된 것은 아닌가 자성해볼 일이다.

폐쇄적인 군 내부의 비리는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사실 파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물론 투서가 남발되면 부작용이야 없을 수 없지만 투서는 진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되는 것이지, 설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으랴” 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군은 그런 사소한 부패마저도 용납돼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고발자를 감싸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국방부는 앞서 헌병 비리를 제보한 H 중령을 ‘공익제보자’라며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엔 ‘투서자’로 바꿔 군 검찰단을 통해 징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내부비리를 제보하라고 권유하면서 속으로는 칼을 겨누는 행태다. 더군다나 김 소령의 경우처럼 엄연히 사실로 드러난 경우조차 내부고발자를 징계하고 군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다면 그건 내부고발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국방부는 구조적으로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내부비리 실명신고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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