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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수록 진화하는 사칭사기의 덫
유명인 기다려 악수 인맥과시

사람고용 실세가장 전화통화

전직 대통령에 CIA까지 들먹

대학총장도 수억원 날리기도



말로만 이뤄지던 ‘사칭 사기’가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정권 실세 등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전 정권 실세를 사칭하며 전화통화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정권 실세의 일정을 미리 입수해 예약해둔 식당에 따라 들어가 아는 척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연극’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들이 쳐둔 ‘악마의 덫’에 걸려 수억원을 뜯긴 뒤에야 땅을 치고 후회한다.

▶실세 기다려 ‘아는 척’ 연극… 대학총장도 속아=황모(55) 씨가 서울 소재 대학 총장을 지낸 K 교수를 속인 수법은 한 편의 연극 같았다. 2008년 지인의 소개로 K 교수를 만난 황 씨는 K 교수가 모 단체 이사장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듣고 “정권 실세와 중학교 동문이어서 잘 아는 사이다. 인사 청탁을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후 모 장관의 일정을 입수해 그해 12월께 그가 한 식당에 온다는 사실을 확인한 황 씨는 옆방을 예약한 뒤 K 교수를 데려가 식사를 하다가 장관을 불러 아는 척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연극’까지 하며 K 교수를 안심시켰다. 이러한 연극에 속아 넘어간 K 교수는 황 씨에게 8차례에 걸쳐 1억6000만원을 건네주며 인사 청탁을 하다 3년이 지나도록 뜻대로 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황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황 씨와 모 장관은 중학교 동문이긴 하나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다”며 “황 씨가 고위직을 들먹이며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청하는 등 연극을 해 K 교수를 완전히 속여넘긴 사기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 CIA 들먹=그런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들먹이며 사기를 친 사람도 있다.

부산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이모(49ㆍ여) 씨는 부산 소재 모 운동부 대학 감독인 P(56) 씨에게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이라며 접근했다. 이 씨는 가짜 장세동 전 대통령 경호실장 역할을 할 사람까지 섭외해두고는 P 씨 앞에서 전화통화를 자주 하며 P 씨를 속이고, 호텔 운영에 자금을 투자하면 몇백 배에 이득을 주겠다고 속여 57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을 뜯어내다 경찰에 붙잡혔다.

미 CIA(중앙정보국) 국장, 국정원 직원 등을 사칭한 사기꾼도 있다. 임모(54ㆍ금융컨설턴트) 씨는 지난 2008년 마포의 한 커피숍에서 A(56) 씨를 만나 “지금은 CIA 한국지부 국장인데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밀자금을 검열하고 있다”며 “역대 영부인의 자금도 관리하고 있어서 1억원을 주면 10억원을 돌려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2009년 봄, 김 씨로부터 2억원을 받은 뒤 김 씨가 돈을 돌려 달라고 독촉하자 액면가 1000억원짜리 위조수표 10장을 담보로 주기도 했다. 그는 2005년에도 모 건설사 대표에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접근, 약 2억원가량을 챙긴 ‘전문사기꾼’이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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