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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銀사태, 진승현·정현준 게이트 데자뷔?
부산저축은행이 오는 17일 영업정지 넉 달째를 맞는다. 영업정지 후 불법ㆍ부실 대출 의혹에서 시작한 저축은행 수사가 금융 당국의 비리 의혹을 넘어 정ㆍ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또 하나의 대형 권력형 비리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권력층 로비가 얽힌 ‘진승현 게이트’와 금융감독원 국장의 자살까지 몰고 간 ‘정현준 게이트’의 전개 과정이 결합된 양태를 띠고 있다. 10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진승현ㆍ정현준 게이트. 과연 이번 저축은행 게이트의 끝은 어딜까.
▶떨고 있는 거물급들, 제2의 진승현 게이트?=검찰은 공성진 한나라당 전 의원과 임종석 민주당 전 의원이 신삼길(53ㆍ구속 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매월 수백만원씩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조사 중이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삼화저축은행과 관련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4일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동생 지만 씨 이름까지 거론됐다.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지난 7일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검은돈이 다른 금융위 간부에게 흘러갔는지를 보고 있다. 여기에 이 은행 김양(59ㆍ구속 기소) 부회장이 청와대 수석급 인사에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불법ㆍ부실 대출 의혹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유력 인사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모습은 10년 전의 ‘진승현 게이트’와 똑 닮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열린금고에서 377억여원을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시작된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당시 권력 실세인 권노갑 전 의원 등의 이름까지 거론될 정도로 확대됐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진 씨는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2금융권에서 2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주가 조작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은 김은성 국정원 차장 등을 통해 진 씨의 돈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김대중 정부의 정ㆍ관계 실세 이름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국정원 차장과 국장 이름이 연거푸 오르내리며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사를 놓고 볼 때 ‘게이트’라고 말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향후 수사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박태규 씨, 삼화저축은행의 이철수 씨 등 로비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들이 모두 잠적한 상태인 상황에서, 이들이 잡힌 뒤 입을 열 경우 어느 정도 폭발력을 가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비리 온상이 된 금감원, 정현준 게이트와 닮은꼴?=이번 저축은행 수사로 금감원은 올해만 전ㆍ현직 직원 10여명이 구속됐다.
김종창(63) 전 금감원장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칼끝에 놓이자 ‘설립 이후 최대 위기’란 말까지 나온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의혹 때문에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로써 금감원장 출신 7명(현 권혁세 원장 제외) 가운데 무려 5명이 검찰에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나갔다.
금감원은 10년 전 ‘정현준 게이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 장래찬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은 검사요원들이 포착한 동방상호신용금고의 불법 자금거래 혐의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정현준 게이트의 로비 핵심으로 지목됐다. 장 국장은 수사망을 피해 도피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조사 결과,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은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과 함께 수백억원대 금고 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초기에 불법 대출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면 장 국장의 죽음도, 희대의 비리 사건도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 역시 평소 금융 당국이 일상적인 감시ㆍ감독 체계를 가동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김우영 기자/k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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