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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전 나눈 신장기증…아내 생명으로 돌아왔죠
신장이식 아내 재수술 위기

남편의 ‘나눔사랑’ 실천덕

2개월만에 1순위로 수술



“사랑이 퍼져나가다 제 가정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픈 아내에게 이식할 신장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홍태영(60ㆍ서울메트로) 씨는 17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장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왕 약속한 일이니…’라며 실행에 옮겼던 그날의 신장기증이 17년 만에 아내의 생명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가 14일 소개한 홍 씨 부부의 신장 이식 관련 사연은 무려 25년 전으로 돌아가서 시작한다.

홍 씨의 아내 양향란(52ㆍ인천 남동구 만수동) 씨가 처음 신장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이후 1988년 만성신부전으로 진단받은 그는 일주일에 두 번, 하루 5시간이 넘도록 투석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이를 지켜보던 홍 씨는 자신의 신장을 아내에게 기증하고자 했지만 검사 결과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홍 씨 부부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진행하는 ‘교환이식’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던 것도 그때쯤이다. 본인의 신장을 기증하면 가족이 아플 때 1순위로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다는 말에 홍 씨는 교환이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장모 허귀출(79) 씨는 사위를 막아섰다. 허 씨가 1992년 딸에게 신장을 기증하면서 일은 그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홍 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결국 홍 씨는 1994년 당시 22세의 한 청년에게 신장을 기증하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17년 전 베푼 이 ‘사랑’이 다시 되돌아 온 것은 지난 2월의 일이었다. 양 씨가 기증받았던 신장마저 기능이 안 좋아지면서 다시 한 번 신장기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남편이 17년 전 베푼 사랑 덕에 발병 4개월 만에 신장을 기증받은 양향란(가운데) 씨가 수술을 마친 후 19년 전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했던 어머니 허귀출 씨와 남편 홍태영 씨 사이에서 웃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기자로 등록한 뒤 많으면 10년이 걸려야 순번이 돌아오지만 양 씨의 경우엔 2개월 만에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홍 씨가 17년 전 했던 신장기증 덕분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장기이식대기접수를 할 경우 가족 중 이미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 있을 경우 1순위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양 씨는 결국 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신장이식수술을 마쳤다. 다음주 퇴원을 기다리는 그의 곁에는 19년 전 그날처럼 홍 씨가 지키고 있다.

이런 이들을 보고 자란 덕일까. 아들 홍성진(30) 씨도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혈소판 기증을 하는 등 사랑을 실천하며 부모를 흐뭇하게 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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