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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실천하는 지성, 시대의 스승 故 김준엽 전 총장

  • 기사입력 2011-06-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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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본이 되는 스승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한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며 존경받기란 더욱 어렵다. ‘시대’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허용되지 않는다. 

허나 9일 별세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사회과학원이사장)의 이름 석자 앞에는 늘 ‘시대의 스승’ ‘시대의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놓였다. 올곧은 지식인, 불의에 굴하지 않는 지도자, 또한 나라를 사랑했던 애국자였던 김 전 총장은 우리 시대의 원로이자 참 스승이었다.

독립군으로 항일투쟁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해방 이후 군사정권 아래에서 교육자와 학자로서 절개를 지킨 김 전 총장은 생전에 ‘살아있는 지성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1982년 제 9대 고려대 총장에 취임한 후 군사정권의 압력에 맞서 학교와 학생들을 지켰다. 1985년에는 군사정권의 학생회 간부 제적 요구에 맞서다 결국 총장직에서 쫓겨났다.

당시 김 전 총장의 사임을 앞두고 고려대 학생들은 3개월여 동안 총장 퇴진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군사정권의 하수인이라며 학교와 대립각을 세우던 당대 학생사회의 분위기에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김 전 총장은 학생들로 하여금 신망이 두터웠다.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긴 역사를 볼 때 진리ㆍ 정의ㆍ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그의 신념은 그렇게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올곧이 학자의 길을 걸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으나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맡게 되는 전두환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 국민들, 특히 젊은 층이 실망할것이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외치다 투옥된 제자들이 많은데 스승이라는 자가 그 정부의 총리가 될 수 없다”며 고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전 총장은 이전에도 1961년 5ㆍ16 쿠데타 이후 김종필로부터 공화당 사무총장으로, 1974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한테서 통일원 장관으로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물리치며 학자와 교육자의 길을 고집했다.

회고록 ‘장정’에서 그는 “사회적으로 조금만 자리를 잡으면 다들 관직 한 자리를 해서 족보에 번듯한 관직명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관존민비의 폐습”이라며 관직을 한사코 고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철만 되면 교단은 뒤로 한 채 정치권에 줄을 대기 바쁜 ‘폴리페서’가 적지 않은 지금의 교수 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뼈아픈 충고다.

김 전 총장은 1988년 사회과학원을 창립해 이후 중국과의 학술교류에 여생을 바쳤다. 한ㆍ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베이징대를 시작으로 2002년까지 산둥, 난징, 옌볜대 등 중국 내 9개 대학의 객원교수직을 맡았고, 한국공산권연구협의회장과 중국학회장 등을 지낸 그는 ‘중국공산당사’ㆍ‘중국 최근세사’ㆍ ‘한국공산주의운동연구사’ㆍ‘나와 중국’ㆍ‘회고록 장정(長征)’등의 저서를 남기는 등 중국 연구에서 명실상부 국내 최고 석학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에는 중국 주요 대학에 한국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한국학 진흥에도 이바지했다.

속세의 풍랑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뻗은 대나무처럼 김 전 총장의 삶에는 의연함과 기개가 녹아있었다. 김 전 총장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생애 한순간 한순간은 후인들이 허투루 흘려보내선 안될 소중한 가르침으로 남았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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