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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제약업계 리베이트 못 고치는 이유는…
태평양제약 등 9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적발, 과징금을 부과했다. 관계 당국의 지도 강화와 업계의 자정노력은 말뿐이지 고질적 관행은 여전한 것이다. 오히려 수법은 더 진화하고 있다. 이번 경우만 해도 거래 병·의원에 학술논문 번역을 의뢰하면서 통상 번역료의 150배를 지불하는가 하면 외상을 깔아두고 이를 깎아주는 이른바 ‘수금할인’ 수법을 등장시켰다. 현금과 상품권 지급, 골프와 식사 접대 등 고전적 방식은 물론 기본이다.
이번 사건을 보는 업계의 무덤덤한 시선이 놀랍다. 조사 대상이 고발과 신고를 받은 업체에 한정돼 업계 전체로 보면 빙산의 일각으로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반응이다. 한 예로 태평양제약은 지난 5년간 150억원의 리베이트를 뿌렸다지만 업계 매출 순위 16위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순위가 더 높은 제약사들이 제공한 리베이트 규모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전체 리베이트 규모를 2조~3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베이트 고질병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이다.
의사와 병원이 특정 약품을 처방하고 구매하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죄질이 극히 나쁜 반사회적 범죄다. 제약사들이 부담하는 관련 비용은 약값에 전가돼 소비자에게 다 떠넘긴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타격도 심대하다. 건보 지출에서 약제비 비중이 선진국의 두 배가 넘는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관행은 결국 모든 국민과 국가에 직ㆍ간접 피해를 주고 있다. 의약업계 리베이트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공정사회 구현은 헛돌 뿐이다.
그럼에도 의약업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금품을 받은 병·의원과 의사에 대한 처벌은 없다. 논란 끝에 지난해 11월부터 리베이트를 준 쪽과 받은 쪽 모두를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법 개정 이전의 일이란 것이다. 도대체 이런 법률조항 갖고 따질 때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공정위 등 관계 당국이 더 어물쩍거리다가는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당장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가 나오면 엄단해야 한다. 지금 저축은행 비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신약개발 노력 대신 복제약 리베이트 영업에 안주해서는 제약업계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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