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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아이들에게 웃음 돌려주세요
부모 그리워하는 조선족 가슴 아픈 사연

표지를 장식한 사진 속 아이들은 평범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체육 수업을 하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사진기에 브이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다. 고운 미소를 가진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엄마는 있지만 이제 우리 엄마는 없어요.”란 문장이 가슴에 가시로 남은, 한국으로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는 조선족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주의 아이들>(문학동네,2011)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고.


저자가 직접 취재하고 기록한 이 책은 남겨진 그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중국 심양을 시작으로 집안, 통화, 유하,맹하구, 용정, 왕청, 하얼빈, 해림, 목단강의 지역에서 만난 아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생소한 지명은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지도를 통해 마주한 그곳에 한국말을 하고 한국어를 쓰는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겨진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의 어린아이들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친가나 외가처럼 친척들과 살거나 기숙사에 살고 있다. 엄마나 아빠를 10년 이상 만나지 못한 아이, 엄마 얼굴을 그릴 수 없는 아이, 이혼을 했거나 재혼한 부모 밑에 사는 아이, 고아가 된 아이도 적지 않다. 마냥 응석을 부려도 좋을 아이의 얼굴이 그늘이 지고, 부모를 미워하거나, 한국을 원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한 아이의 사연만 그런 게 아니었기에 너무 가슴 아프다. 짧은 기간, 길면 2~3년이라 여기며 한국으로 떠난 부모는 유혹에 빠지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아이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심하게 아파 울고 있을 때, 그저 엄마가 보고 싶을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 그저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일해야 해서 전화를 할 수 없다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 아이를 달랜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르는 어미가, 아픈 아이에게 달려가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허락되지 않은 삶이 힘겨울 뿐이다.


문제는 이 아이들을 지켜줄 어른과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기숙사는 너무 열악했고 늙고 병든 조부모는 한계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몸과 마음을 안아주고 보듬어줄 누군가의 손길이 아이들에겐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건 누가 해야 할까. 조선족, 한족, 중국과 한국 모두가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경제적 부가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자고 눈 맞춤을 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은 쉽게 치료될 수 없다. 몇 갑절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늦은 후회로 찾아오고 만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멀리 중국뿐 아니라 우리의 사정도 그러하다.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사정으로 위탁가정이나 친척집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깊게 베인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인가. 좋은 옷, 비싼 핸드폰이나 게임기가 대신해 주는 게 아니란 걸 부모는 정말 모르는 걸까. 소중한 것들 잃어버리고 사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모든게 윗물인 어른들 탓입네다. 한국바람, 간다바람이 먼저고 자녀를 돌보는 일은 안중에도 없단 말입네다. 한국에 나가 일하는 어른들이 고생이라면, 이곳에 남은 자녀들은 고통이지요.” p. 27


나 역시 좋은 엄마가 아니기에 마음이 무겁다. 엄마라 불릴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행복한 생각한다. 또한 엄마의 마음으로 그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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