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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쳐>첼리스트 송영훈 “제 인생이 첼로, 그리고 음악”
모노톤의 단정한 셔츠, 지긋이 감은 두 눈, 하얗지만 굵고 단단해 보이는 손가락. 남성 첼리스트는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좋다. 첼로의 크기는 적당히 무게감이 있고, 손놀림은 섬세함과 강인함 사이를 오간다. 묵직하고 중후함이 실린 첼로 선율은 멋진 남자와 닮아있다. 많은 여성들이 유독 첼로라는 악기에 매료되는 이유다.

첼리스트 송영훈(37)은 무대 위에서 유독 돋보이는 연주자다. 그의 연주는 힘이 넘치고 유려하다. 첼로의 몸을 타고 그의 감성이 흘러내리고, 한치의 어긋남 없이 맞아 떨어지는 기교도 탁월하다. 거기에 큰 키와 잘 생긴 얼굴로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클래식계의 스타다. 첼리스트 송영훈을 지난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만났다.

▶4인의 첼리스트, 첼로의 진수=그는 이번에 줄리어드 음대 시절 절친했던 친구 3명과 서울에서 협연을 갖는다. 오는 6월 24일~26일까지 ‘송영훈의 4첼리스트 콘서트’는 4대의 첼로로 빚어내는 환상의 선율을 들려준다.

“올해는 진짜 첼로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4인의 첼리스트가 첼로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첼로죠. 3명의 첼리스트는 제 대학시절 친구들입니다. 일일이 전화해서 섭외했죠. 청중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우정의 무대입니다.”

이번에는 완벽한 ‘첼로의 무대’다. 네 대의 첼로가 나란히 무대 위에 오르는 쿼텟은 그 자체로 카리스마를 풍긴다. “지난 50년간 첼로 연주의 기교가 발달하면서, 이제 첼로가 바이올린, 비올라 역할도 할 수 있게 됐죠. 첼로 4중주는 첼로 4대가 솔로와 반주를 번갈아가며 역할을 해냅니다. 묵직함과 가벼움 사이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다채로운 첼로를 느낄 수 있을거에요.”

그는 대학시절 함께 공부했고,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활약중인 리 웨이, 조엘 마로시, 클래스 군나르손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들을 한 무대로 모았다. 이들 4명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솔리스트 리 웨이는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알만한 최고의 실력자이며, 조엘 마로시와 클래스 군나르손 역시 오케스트라를 택해 탁월한 연주실력을 보이는 세계적인 연주자다.

▶첼로 메탈, 탱고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첼로 쿼텟의 특징은 묵직한 첼로의 다양한 편곡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 이번 공연은 국내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 레퍼토리와 함께 한다. 송영훈은 첼로의 가장 난도 높은 기교를 필요로 하는 작곡가 다비드 포퍼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모음곡’을 조엘 마로시와 협연한다. 또 첼로에 메탈음악을 접목한 핀란드의 첼로 쿼텟 ‘아포칼립티카’의 곡을 포함시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그동안 탱고 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보여온 송영훈은 이번에도 피아졸라의 탱고를 연주한다. 첼로 4대로 편성된 첼로곡은 거의 없지만,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세계적인 탱고 음악가 파블로 징어가 편곡을 맡았다.

평소 클래식에 탱고 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는 “다른 장르의 음악가에 비해 클래식 음악가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폭을 넓히면, 보다 남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소신을 전했다.

▶클래식계 꽃미남 열풍을 말하다=사실 국내 클래식 시장은 특이하게 젊은 여성 관객들이 다수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는 남성 클래식 연주자들의 깔끔한 외모와 스타일이 시선을 사로잡은 영향도 있다. 이같은 클래식계 꽃미남 열풍이 대중과 클래식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외모에만 치중해 클래식의 진정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클래식계 꽃미남으로 불리는 송영훈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꽃미남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럽진 않지만, 책임감은 느낀다. 모든 문화 전반에 걸쳐 젊은 취향이 부각되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이 300년 이상 팬층을 이끌어온 것은 바로 음악의 힘”이라며 “어찌됐든 클래식의 감동을 찾아오는 관객들이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더없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의 클래식계를 바라보며, 세계 대가들은 10년안에 한국과 일본이 세계 클래식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꽃미남 때문이든 아니든 클래식을 들으러 오는 청중이 젊은 것 자체는 고무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첼로는 나의 삶=30년 넘게 첼로와 함께 해온 송영훈은 이제 첼로 연주의 핵심은 기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고 말한다. 악기를 마치 제 몸처럼 연주하는 것은 비르투오소(virtuosoㆍ심오하고 현란한 연주기교를 선보이는 연주자)나 가능한 경지. 어떻게하면 악기 연주를 잘 할까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까를 고민하는 것은 비르투오소의 숙명이다. 송영훈은 “악기는 내 몸이고, 내 영혼이다. 첼로는 단순히 악기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숨결을 타고 흐르고,내 영혼이 투영되는 나의 일부”라고 말한다. 

“20년 전만해도 첼로라는 악기는 음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도 어려운 기교에 속했어요. 하지만 이제 음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 외에, 자기 경험과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제게 첼로는 악기가 아니죠. 내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주거든요. 제 인생이 바로 첼로고 음악입니다. ”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촬영장소=국립중앙박물관 정원 내 미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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