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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 폭력 사건, 경찰 역할 커진다…직권으로 가해자 격리-주거진입 가능
전업주부 김모(40)씨는 12년 동안 의처증이 심한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다. 어느날 남편은 만취한 상태로 김씨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얼굴과 다리에 상처가 나고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였지만 남편은 경찰에게 아무일 없다는 듯 행동했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에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다. 남편의 동의 없이 집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경찰에게 없기 때문이다. ‘임시조치 신청’을 해 남편을 격리시키려해도 사법 절차로 인해 최소 7-8일이 소요된다.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김씨는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는 24일 이러한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대응강화와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둔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경찰의 긴급임시조치권 도입 ▷ 경찰의 피해자 대면권(주거진입권) 인정 ▷법원의 피해자 보호명령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의 실효성 제고 등이다.

가장 큰 특징은 경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재발의 우려가 있거나 피해자의 안전이 우려되면 즉시 ‘긴급임시 조치’를 통해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접근금지 시킬 수 있다. 현행 ‘가정폭력범죄특례법’에 의거한 ‘임시조치권’은 ‘경찰 신청-검찰 청구-법원 결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긴급임시조치권은 경찰의 직권으로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긴급임시조치 후 48시간 이내 검사에게 임시조치를 신청해야한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의 상태나 안전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주거에 진입할 수 있다. ‘피해자대면권(주거진입권)’이 인정되면 경찰이 가해자의 동의 없이도 집 내부로 들어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피해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사법 절차와 상관 없이 본인이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배우자의 폭력으로 자녀도 피해를 입고 있다면 친권행사를 제한 할 수 있다.

여성부는 지난 4월부터 1년 동안 경찰ㆍ검찰ㆍ법무부ㆍ보건복지부와 함께 민ㆍ관 합동 TF를 구성하는 등 협의를 거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가정폭력 발생률은 54.8%로 영국, 일본 등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반면 가정 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만 의식하는 경향이 큰 탓에 외부에 도움요청을 하지 않는 비율이 62.7%에 달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컸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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