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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13)싹쓸이 불법 채취, ‘진짜 vs 짝퉁’ 속고 속이고, 먹고 탈나고…5월 산나물의 비명
봄이 되면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 산간지역 곳곳에서 각종 산나물 축제가 벌어진다. 최고의 산나물로 꼽히는 곰취만 해도 강원도 양구군, 인제군, 홍천군 등지에서 매년 5월 곰취 축제가 열린다. 올해의 경우 일부 지역은 지난 주말과 휴일까지 축제가 진행됐다. 행사장마다 도시민의 발길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건강에 좋다는 산나물 테마가 도시민들의 호응 속에 각 지방의 인기 봄 축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산나물을 둘러싼 각종 부작용도 심각하다. 도시민들의 불법 채취가 도를 넘어섰고, 시골 주민들 간에도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진짜로 둔갑한 ‘짝퉁’ 산나물도 버젓이 판매된다. 또 산나물에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채취해 먹었다가 큰 탈이 나기도 한다.

■지역주민도, 도시민도 너도나도 불법 채취=봄만 되면 강원도 산간지역은 도시민들의 산나물 불법 채취로 몸살을 앓는다. 관광버스를 동원해 산나물을 싹쓸이해 가고, 입산금지 구역에도 버젓이 들어간다. 희귀약초를 뿌리째 뽑고, 새순이 돋기 어렵게 낫으로 베어 가는 경우도 많다

거의 대부분의 국유림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불법 산나물 채취는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등 지방의 경우 대개 산간 마을 단위로 산림청과 협약을 맺고 인근 국유림의 산나물 등에 대한 우선 채취권을 갖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 간에 먼저 채취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산나물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립공원까지 들어가 며칠간 야영을 하면서 산나물을 불법 채취하기도 한다.

임산물 불법채취 적발 건수는 지난 2007년 147건에서 지난해에는 1,282건으로 3년 새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진짜, 가짜, 짝퉁…속고 속이고…산나물의 진실은?=진짜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은 맛과 향이 강렬하다. 하지만 산자락 밭에서 재배한 산나물은 모양과 크기 등 상품성은 좋을지 몰라도 약성분은 진짜 산나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전국의 유명산 입구에 보면 지역 주민들이 두릅, 더덕, 곰취, 고사리, 고비 등을 내놓고 파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파는 주민들은 산에서 채취한 거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십중팔구 재배한 것이다. 심지어 산나물 축제에서도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곰달비를 곰취로 팔아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동의나물(독초)-곰취(식용)-곤달비(식용)의 앞뒷면 모습.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 산에서 채취한 진짜 산나물과 근처 산자락 밭에서 재배한 산나물의 차이는 뭘까. 간단히 비교하자면 산삼과 장뇌삼, 인삼과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거의 산의 환경에서 재배한 것이면 장뇌삼 정도 될 것이고, 아예 밭에서 재배한 것이라면 인삼 정도다. 그렇다고 장뇌삼과 인삼이 산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큰탈 나기도=필자도 이달 초 홍천집 인근 백암산(홍천군 내촌면 와야리·해발 1099m)에 올랐다가 곰취(사실은 독초) 군락지를 발견하고 일부를 채취해 먹었다. 그저 곰취는 몸에 좋다는 생각에 먹어서 인지 몸에 큰 이상을 느끼진 못했다. 나중에 독초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되짚어보니 먹고 난 이후 약간의 어지러움과 소화불량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강원도 오지의 한 곰취 재배지에서 도시민들이 곰취채취 체험을 하고 있다.

곰취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는 곤달비(약용)와 동의나물(독초)이 있다. 동의나물은 거치(식물의 잎이나 꽃잎 가장자리에 있는 톱니처럼 깔죽깔죽하게 베어져 들어간 자국)가 잘고, 식용인 곰취나 곤달비는 조금 크다. 또 엽저(잎아래)는 곰취의 경우 심장형으로 들어가고, 동의나물과 곤달비는 삼각형으로 잎자루 끝에서 각이 져서 벌어진다. 앞·뒷면은 동의나물은 가장 매끄럽게 빛나고, 곰취는 미세한 털이 나서 매끄럽지 않다.

산나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도시민들은 자칫 독초를 잘못 먹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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