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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년 전통 英박람회에 등장한 한국 화장실
세계 최고 권위의 원예박람회에 한국의 화장실이 등장했다.

한국 황지해 작가(35ㆍ광주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의 작품 ‘해우소 가는 길’이 영국 첼시플라워쇼(RHS Chelsea Flower Show 2011)에 출품된 것. 한국 토종식물인 수수꽃다리부터 하얀민들레, 뱀딸기, 인삼, 더덕으로 한국의 전통 화장실이 지닌 ‘생명과 환원, 비움’이란 철학적 함의를 재해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첼시플라워쇼는 1827년 시작돼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18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세계 제일의 정원 및 원예 박람회다. 참가 업체들은 1년 매출의 30%가량을 5일간의 행사기간에 올릴 정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각국의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 행사는 정원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23일 첫선을 보이자마자 ‘해우소 가는 길’은 각국 원예ㆍ정원 전문가와 언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지만 처음에는 행사를 주관하는 영국 왕립원예협회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황 작가는 회고했다. 세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꽃과 정원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화장실’을 내놓는다고 하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 전통의 해우소가 지닌 의미와 한국 정원의 멋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해 11월 2011년 참여 작품으로 ‘해우소 가는 길’을 선정했다. 한국 작품으로서는 180년 첼시플라워쇼 역사상 처음이다.

이 작품은 검은색 대나무인 오죽과 돌담에 둘러싸인 옛 화장실 가는 길을 중심으로 해 그 주변에 다양한 한국 약용식물을 식재해 선조들의 민간요법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또한 흙과 토종식물의 뿌리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러내기게 해 사람들이 손을 씻게 하고 발효 항아리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이라는 뜻을 담았다. 해우소의 문을 1.2m 높이로 낮춰 설계해 고개를 숙여 출입하도록 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양의 의미도 더했다.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식물 등의 통관이 지연되거나 한국에서 기른 식재가 영국의 풍토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시들고 말라버리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또 목재와 기와, 돌담, 바위 등을 모두 한국에서 가져 오는 데 들어가는 운송 비등 2억원이 넘는 제작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버거웠다. 다행히 2013년 순천만정원박람회를 앞둔 노관규 순천시장과 주영한국문화원 등의 지원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황 작가는 “인위적이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 전통 정원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면서 “내년에는 후원기업을 확보해 더 큰 전시공간에서 한국의 정원을 세계인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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