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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져가는 개인…불편하고 외면하고픈 진실
성곡미술관 최수앙전 6월 5일까지

작가 최수앙은 사실적 인체상을 통해 거대한 사회속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신기할 정도로 사실적인 그의 조각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한다. 작가는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되어 지난 4일부터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전시를 시작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신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히어로(The Hero)’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작가 본인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 해병대 출신이자 30여년을 공무원으로 재직한 아버지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이시대 사람들은 영웅인가 혹은 희생양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 옆에는 레드카펫 깔린 단상위 나란히 줄 맞춰 합창을 하고 있는 아이들 ‘보이스(Voice)’다. 입모양은 제각각으로 다르지만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똑 같은 포즈와 똑 같은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발과 옷은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지만 얼굴은 포커스 아웃된 사진처럼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획일화 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아이들 위로는 니케의 날개처럼 보이는 ‘윙스(The Wings)’가 있다. 승리의 여신의 날개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깃털이 아닌 사람들의 ‘손’들이 모여 날개형상을 이루고 있다. 누구의 손인지 알 수 없는 여러 손들은 서로 의지하고 잡고 만지면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어 2층에서는 라는 주제로 전시가 이어진다. 어디에다 시선을 둬야할지 모르겠는 의족을 한 나신의 여인 ‘퍼스펙티브(Perspective)., 남녀가 마주보고 있는 조각상 ‘스피커(Speaker)’ 와 ‘리스너(Listener)’는 흐릿한 신체에서 각각 입과 귀만이 컬러로 강조돼 있다.

3층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실험용 쥐 ‘테스트 마이스(Test Mice)’, 붉은색 실험관에서 고이 잠들어있는 관상용 아기 ‘오너멘털 베이비(Ornamental Baby)’, 쓰레기통 안에 버려진 푸른색 사람인 ‘웨이스티드 블루(Wasted Blue)’, 그리고 전시실의 소주제이기도 한 진열장 안, 파편화된 인체들의 집합인 ‘오디너리 래브라토리(Ordinary Laboratory)’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가 인간을 위해 실험용 쥐를 사용하고 너무나 쉽게 관상용 동물들을 판매하듯 언젠가는 인간도 쉽게 상품화되고 버려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암시를 하는 듯하다.

전시는 6월 5일까지. 관람료 3000 원.
한석희 기자 / hanimomo@heraldcorp.com



 
Voices, 2011, 각 43x26x128cm(16p), Anhydrite plaster, Automotive painting on Resin
The Hero, 2009, 34x45x110cm, Oil on Re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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