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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라이브의 여왕’ 박정현, 그녀 음악만의 무한감동 비결은?
박정현(35)에게는 ‘R&B의 요정’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 ‘라이브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박정현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그래서 박정현의 공연에는 고정 관객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1998년 데뷔한 박정현은 꾸준히 음반을 내고 대중을 만나왔다. 노래 부르는 게 일과인 직장인처럼. 2009년후반부터는 오랜 기간 다니던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출연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를 통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박정현의 소름끼치는 가창력에 무한 감동을 받고 있다. 그간 쌓아온 물오른 내공이 잔뜩 응집돼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는 꽤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감동을 남기기란 쉽지않다. 박정현은 최고 뮤지션들의 경연장인 ‘나는 가수다’에서 1위와 2위를 반복중이다. 박정현의 음악이 어떻게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알려면 그의 음악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4집 ‘꿈에’로 정점 찍다. 그후로는?

박정현은 2002년 정석원이 작사 작곡한 4집 ‘꿈에’로 데뷔 4년만에 정점을 찍었다.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이다. 자신에게 더 이상의 노래가 나오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정현은 짜여진 틀속에 갇혀있지 않고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갔다. 풍부한 성량과 미성이 바탕이 된 자신의 R&B적인 창법에 재즈, 보사노바, 소울, 록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기존의 틀속에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갔다.

그 실험은 파격이 아니었다. 임재범과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에서 예술의 경지, 파격적인 실험성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박정현은 자기 식의 변주와 편곡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박정현에게는 R&B 창법이 주는 애절한 호소력만이 아닌 귀여움과 감미로움, 조근조근함, 가벼운 투정 같은 것들도 담겼다. 이런 감수성은 ‘귀요미’ 스타일의 박정현과 썩 잘 어울렸다. 이렇게 해서 박정현은 계속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떨칠 수 있었다.

노래와 작곡ㆍ프로듀싱까지 1인3역에 끊임없이 창법의 변화를 추구하며 혼자서도 꽉 차는 무대를 만드는 법을 익혔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호소력과 감성 전달력은 원숙해지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 한 편의 완성된 드라마를 감상한 듯

박정현은 2005년 2월 발표한 5집 ‘On&On’에서는 앨범마다 수록하던 자작곡이 이전 앨범에 비해 많이 늘었다.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 한국어 작사, 보컬, 코러스 어레인지까지 해내며 뮤지션 비중을 높였다.

박정현이 음반을 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컬 녹음이다. 최고의 보컬이지만 앨범마다 새로운 톤과 창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의 기대가 계속되고 있다. 세밀한 스튜디오 녹음시 박정현이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자신의 연출력이다. 속삭임과 지름, 진성과 가성의 완급 조절은 과연 박정현의 능력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박정현의 노래는 어떤 때는 뮤지컬을 보는 듯하고, 어떤 때는 가스펠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또 뉴에이지 분위기에 젖어들 때도 있다. 노래를 들으면 한 편의 완성된 드라마를 감상한 느낌마저 든다.

직접 프로듀싱한 음반을 내는 아티스트들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실패하는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몰두한 나머지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는 것이 큰 원인이다. 하지만 박정현은 5집과 6집에서 드러났듯이, 지나온 자신의 궤적과 영역을 잘 파악하고 또한 당시 대중들에게 새롭게 선보여야 할 모습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활동을 중단해도 노래의 명성은 드러나게 마련

보컬을 연출하고 부르는 데는 박정현이 최고다.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어 더욱 맵시가 나는 것처럼. 박정현은 특기인 R&B부터 보사노바, 모던록, 클래식록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특히 6집 타이틀곡인 ‘눈물빛 글씨’의 호소력 짙으면서도 섬세한 목소리는 아름답고 대중적인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를 돋보이게 하고 곡에 풍부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팝의 친숙함과 동양의 서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박정현은 2009년 2월 달콤하고 설레며 쌉싸름한 10가지 사랑이야기를 담은 ‘10 ways to say I love you’를 발표한다. 노래들은 단순한 러브송이 아니다. 그녀가 채워낸 사랑의 이야기는 각 트랙에서 사랑의 설렘, 달콤함 그리고 아픔까지 노래한다. 곡의 감정에 따라 쉼 없이 변화하는 감정들과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성숙한 보컬과 기교는 이미 다른 가수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성장한 박정현만의 색깔을 들려준다. 박정현은 2009년 드라마 ‘그저 바라만 보다가’의 OST로 쓰여 화제가 됐던 ‘그 바보’를 분위기 있게 불러 드라마의 멜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활동을 중단해도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의 명성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학졸업을 위해 활동을 중단했던 박정현은 2010년 5월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식장에서 학생 대표로 미국 국가를 무반주로 불러 가창력으로 화제가 됐다. 박정현은 높은 고음역대의 바이브레이션까지 처리하는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학위복을 입은 교수들조차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UCLA 연극영화과에 다니다 컬럼비아대학 영문과로 전학 간 박정현은 졸업식에서 상위 두번째 그룹에 속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마그나 쿰 라우데(우등상)’를 수상했다.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하느라 15년만에 학사모를 쓴 박정현은 평소 시 등 문학을 좋아해 영문학과 교수가 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개념 있는 행동, 있는 그대로가 깨끗한 사생활

박정현은 평범해보이지만 질리지 않고 아티스트적인 삶을 추구하면서도 튀지 않는다. 박정현의 사생활은 그 자체로 모범이다. 거창한 모범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모범이다. 가수 생활 13년동안 물의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에서 자신의 매니저인 개그맨 김태현이 “박정현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있다”고 말해 열애설에 휩싸였다. 데뷔후 첫 스캔들치고는 싱겁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된 동기에 대해 박정현은 “가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 고민을 많이 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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