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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화낸 MB와 국민의 분노
저축은행 사태는

권력형 인사의 산물

대통령 일방적 호통

국민들은 되레 의아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금융감독원을 방문,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달려왔다는 이 대통령은 쇄신방안을 제시한 금감원에 대해, 금감원은 개혁 대상으로 이 일에서 빠지라며 총리실 등 사정기관이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일선 기관을 방문해 20여분간 속사포처럼 몰아붙이며 기강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저축은행 사태는 한국 금융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고객 예탁자산의 부실한 관리, 특히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으로 인한 저축은행의 부실은 금융불안을 부채질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직전에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예금을 미리 인출토록 해 국민들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이런 문제가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 및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저축은행 부실과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감독기관과 저축은행 경영진이 결탁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인 셈이었다. 선의의 예금자들이 느낀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국민적 분노가 확대됐다. 대통령이 감독기관을 찾아가 근본적 개혁을 주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화를 내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이 속 시원함을 느꼈을지, 아니면 허탈감을 느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은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총리실이 나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원적 개혁을 하도록 한 것 역시 칼을 제대로 휘두르라는 국민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과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화를 낼 입장이었는지 많은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가 이토록 악화된 것에 대해 현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야말로 이 대통령의 집권 이후 기승을 부려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정부 집권 이후 금융기관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 이들 자회사 임원, 심지어 자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눈치를 보거나 승인을 받지 않고서는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금융기관인 주요 금융그룹은 강만수(산은금융) 이팔성(우리금융) 어윤대(KB금융) 회장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권력 핵심과 인연이 있는 측근들이 요직에 대거 배치되면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 ‘영포(영일-포항) 라인’ 등 신조어도 양산됐다. 주요 인사 때마다 회전문ㆍ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소외된 집권층 일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인사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난하며 국정쇄신을 위해선 인사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국민들의 화와 분노도 그만큼 쌓여왔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개된 편중 인사, 권력형 인사가 낳은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오히려 화를 내면서 감독기관을 질책한 데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와 정부가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근본적 인사쇄신과 시스템 정비를 하지 못할 경우. 떠나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이후 지방선거와 잇따른 재보선에서의 패배, 추락하는 국정지지율 등은 이를 반영한다. 임기말로 접어드는 이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이런 국민의 마음을 읽는 소통과 책임의 정치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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