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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암이 빚은 예술, 봄햇살과 맞닿다
제주

거대한 ‘거문오름’분화구 위압적

만장굴서 태초의 신비 맛보기도

유채꽃 바다 건너편 ‘성산일출봉’

고유한 수성화산 퇴적구조 감탄



재료는 현무암, 조각가는 용암. 200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화산 제주에는 ‘신의 손’ 용암이 만들어낸 웅장한 아름다움이 있다. 한라산을 만들고도 다 뻗히지 못한 불꽃이 용솟음쳐 만든 오름과 용암이 뚫고 지나간 자리에 만들어진 용암동굴 만장굴 그리고 제주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성산일출봉까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뒤늦게 세계인의 관심을 얻고 있는 제주도를 두고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여행작가 세스 노터봄은 “제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한 자연유산 거문오름=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 요즘 가장 선호하는 곳은 거문오름이다. 오름이란 화산 폭발 시 용암 분출물이 퇴적돼 생성되거나 기생화산이 터지면서 만들어진 언덕같은 것이다. 이 중에서도 거문오름은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곳으로 200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거문오름을 오르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제주도의 다른 오름과는 달리 탐방 이틀 전까지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 탐방 인원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분화구 코스와 정상 코스 등 두 개의 탐방로 중 분화구 코스에서는 자연문화해설사와 동행해야만 한다. 매주 화요일은 ‘자연휴식의 날’이라서 탐방이 불가능하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탐방객은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하고, 등산용 스틱은 절대 사용할 수 없으며, 음식물도 식수 외에는 지참할 수 없다.

탐방안내소를 출발해서 약 10분 후면 분화구 코스인 오름탐방 시작 지점에 닿고 곧바로 용암협곡을 만난다. 거문오름 용암협곡은 폭 80~150㎝, 깊이 15~30m, 길이 약 2㎞ 정도 규모다. 용암협곡을 뒤덮고 있는 화산암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나무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위에 뿌리를 박고 살아간다.

나무데크 길을 따라가면 알오름 전망대에 닿는다. 오름 탐방 시작 지점에서 알오름 전망대까지는 대략 30분 거리. 이 구간에서 탐방객은 거문오름 내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탐방 시작 지점으로부터 1㎞ 지난 곳에 만들어진 알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거문오름을 형성하고 있는 9개의 봉우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알오름은 거문오름 분화구 중앙부에 솟은 기생화산이다. 거문오름 분화구는 백록담을 품은 한라산 분화구보다 무려 4배나 규모가 크다고 한다.

숯가마터와 화산탄 중간 지점에는 풍혈(숨골)이라는 독특한 장소가 있어서 잠시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풍혈이란 암석 사이로 바람이 새어나오는 곳을 말한다. 풍혈에서 30분가량 분화구 내의 숲길을 걸어가면 선흘수직동굴 입구에 닿는다. 이 동굴은 깊이가 약 35m이며 바닥면에서 두 방향의 수평굴과 연결돼 있다고 하는데 미공개 지역이다.

선흘수직동굴 입구에서 5분 거리에 갈림길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왼편 길을 택하면 출발지점인 탐방 안내소로 돌아가게 된다. 이 길을 분화구 코스라고 하며 2시간 정도 걸린다.

거문오름을 중심으로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몰동굴 등 용암동굴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곳은 만장굴 뿐이다. 강원도나 경북지역의 동굴과 달리 만장굴은 개방 구간이 거의 평평하고 통로 또한 넓은 편이라서 노약자도 큰 어려움 없이 답사하기에 좋다.

총 길이는 약 7.4㎞에 달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약 1㎞ 지점까지만 개방되고 있다. 폭이 약 5m, 높이가 5~10m인 만장굴 내부에서는 용암유선, 용암종유, 용암표석, 규암편, 용암유석, 용암석주(높이 7.6m)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와 유사한 모양의 거북바위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유채꽃밭과 성산일출봉, 만장굴 용암석주, 거문오름 목재데크, 하늘
에서 본 성산일출봉.

▶수성화산의 교과서,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또 하나의 자연유산은 동쪽을 지키는 성산일출봉이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 늠름한 기상이 여행객에게 자긍심을 심어준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일출 사진이나 유채꽃밭 사진은 제주도의 트레이드마크다.

성산일출봉이 ‘수성화산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것은 지질학적으로 해안 절벽을 따라 다양한 퇴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 매표소에서 왼쪽 계단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면 화산 조각이 순차적으로 쌓여가면서 굳은 층리 구조를 보게 된다. 또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뚫어놓은 해안동굴도 있어 역사공부도 하는 셈이다.

매표소를 출발해서 처녀바위, 등경돌, 초관바위, 곰바위를 차례로 지나면 드이어 일출봉 전망대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서 해발 182m의 성산일출봉 정상이 멀지 않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수많은 오름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 깊이 감동을 선사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사진=한국관광공사




제주의 속살을 걷다

야생초 수다를 듣다


제주도의 겉이 용암이 빚어낸 웅장한 자연이라면 제주의 속살은 단연 올레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출입하기 위한 긴 골목길’이란 뜻이다. 올레는 총 18코스까지 만들어졌으며, 현재도 활발히 발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길은 바로 7코스. 서귀포시 외돌개에서 월평마을까지 이어지는 16.4㎞의 이 코스는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올레를 이용했던 관광객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위로 선정됐다. 서귀포해안 절경을 즐기면서 가볍게 걸을 수 있는데다 대장금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가 겹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7코스의 시작은 외돌개다. 외돌개는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해안 관광지로 절벽의 전망대에서 보면 20m 높이의 촛대바위가 바다에 우뚝 솟은 모양이다.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 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절벽에서 본 바닷물은 투명한 녹색을 띠고 있어 지중해에 온 듯 이국적이다.

외돌개를 지나 돔배낭골 주차장까지 걷는 동안 내내 왼편으로는 서귀포의 새파란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제주 현무암으로 이뤄진 돌담길이 펼쳐진다. 그 시원한 바닷물에 온몸이 푸르게 젖었을 쯤 돔배낭골 주차장 앞에서 길이 나뉜다. 해안으로 이어진 계단 길과 우회하는 아스팔트 길이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해변 바윗길이 시작된다.

다시 도로를 만난 곳은 속골이다. 바다로 떠나가는 계곡을 건너 올레는 계속된다. 야자수길이 길게 이어지고 바다 저편에는 범섬이 있다. 외돌개부터 내내 보였던 범섬은 7코스 내내 함께하는 친구같은 존재다. 황토색의 푹신한 흙길과 묵직하면서 낮게 쌓아올린 낮은 돌담이 제주의 속살을 드러낸다.

법환포구를 지나 마을을 거쳐가다 다리를 지나면 풍림리조트가 나온다. 외돌개에서 리조트까지 8.3㎞. 일반인 중 상당수는 7코스를 여기서 마친다. 해안 바윗길을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라 일반인으로선 여기까지 오는 것만도 피로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등산을 즐기는 이들은 7코스 완주를 고집한다. “리조트에서 끝낼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이후부터는 콘크리트 길 일색이다. 길목 곳곳에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곳은 강정마을이다. 그래도 걷다보면 알강정 해안길 억새밭이 보답한다. 햇살아래서 출렁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어 월평포구, 야자나무 숲을 지나 버스정류장인 송이슈퍼까지 도착하면 7코스가 끝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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