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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오디션 프로그램, 흥겨워야 산다
‘슈퍼스타K’ ‘나가수’등

오디션 프로그램 큰 인기

경쟁·긴장만 부각 아쉬움

노래 본연의 즐거움 살려야





갑자기 음악의 중심이 방송프로를 장악한 아이돌 가수에서 오디션 쪽으로 이동한 느낌이다. 지난해의 유선방송 엠넷의 ‘슈퍼스타케이2’에 이어 지금은 지상파 프로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가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40대 기성세대들은 얼마 전까지 사석에서 걸 그룹의 품평회에 열을 올리더니 어느 순간 오디션 프로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 

걸 그룹을 비롯한 아이돌의 기세는 어느덧 4년의 세월을 쌓으면서 상당기간 꺾일 것 같지 않았다. 지난해 불어닥친 일본의 한류를 이끈 존재 또한 아이돌 가수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위력적으로 보였다. 어린 가수들의 음악에 시큰둥해온 제작자들도 ‘아이돌 그룹을 만들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에 사로잡혔고, 어떤 매니저는 예비 아이돌을 꾸리느라 전국의 중고교를 뒤질 정도였다.

그랬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오디션이라는 복병이 출현한 것이다. 다시 위세를 되찾을 것 같긴 하지만 당장은 천하의 아이돌이 조금 주춤한 양상이다. 참 별일이다. 제작자들은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또다시 혼돈의 상황에 돌입했다. 오디션 프로가 뚜렷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시청자들은 모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디션 프로를 환영한다.

가요프로가 아이돌 댄스로 뒤덮여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무명이든 유명스타든 감상하기에 좋은 노래를 잇달아 선사해주니 다시 방송을 보게 되더라는 것이다.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도 이 점을 의도해 출연자들이 지나간 7080 혹은 8090 시절의 명곡을 부르는 방향으로 구성을 짜고 있다. 아이들 춤추는 것에 어지러웠다가 간만에 차분하게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됐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얼마나 반갑겠는가.

시청률 제고가 지상명제인 방송국은 오디션이라는 호재를 만나 전체적인 기획 중심을 오디션 프로로 이동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디션이 방송 소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미 한 방송사는 신입 아나운서 선발과정을 공개 프로그램화했다. 곧 디자이너도 뽑고 셰프(요리사)를 선발하는 프로도 나온다고 한다. 이쯤 되면 오디션 세상이다.

오디션 방송프로가 이처럼 뜬 것은 먼저 출전자 간의 경쟁이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시청의 집중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출전자가 무명이더라도 통과냐 탈락이냐의 순간은 출전자는 물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살 떨리게 만든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는 특급가수들이니 훨씬 재미있다. 김건모가 노래 부르면서 입이 떨리고, 발표 순간 손에 땀이 흥건히 젖었다는 것은 긴장의 극치를 말한다.

좋은 음악에 반응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TV 오디션 프로는 이왕 하는 김에 노래하는 즐거움을 담아내주었으면 한다. 노래란 본래 즐거운 것이다. 발성과 음정, 박자를 따지고 경쟁에 따른 긴장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노래의 유쾌함은 사라진다. 오디션의 원조라 할 ‘전국노래자랑’이 오래 가는 것은 노래와 콩쿠르의 흥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축제가 된 이 프로에선 떨어져도 즐겁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노래의 ‘놀이적’ 성격을 죽이는 방법을 취해야겠는가. 즐겁게 노래하면서 순위를 매기고 얼마든지 사람들이 많이 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로마의 검투사 경기를 보듯 잔인하며 너무 작위적이고 자극적이다. 꼭 이래야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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