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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득세 감면 늦어 울상짓던 입주단지들 이젠 얼굴 좀 펼까
“간만에 손님이 왔나 했는데 알고보니 기자 양반이구만”

지난 11일 동작구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에 들어서자 기자라는 소개에 양 모 대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 매수자가 없는데다 요즘은 전세물건도 없어 손님이 오길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터였다. 3ㆍ22 주택거래활성화 대책 후 상황에 대해 묻자 양 대표는 “취득세 줄여준다고 해서 입주아파트에 호재 좀 붙나 했는데 완전 뒤통수 맞았다”며 바로 원성 가득한 말로 되받아쳤다.

정부가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취득세 50% 감면 카드를 내놓고도 지자체 반발로 우왕좌왕 하는 사이, 잔금 납부 시기가 닥친 입주단지에선 입주를 미루는 사례가 속출했다. 등기완료가 안 되자 거래는 더욱 침체됐고, 금융비용을 참지 못한 계약자는 급매로 분양권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가까스로 취득세 감면 합의안이 나오면서 3ㆍ22대책 후 20여 일 동안 위축됐던 입주단지의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입주에 들어갔거나 이달 입주 예정인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취득세 감면에 대한 불확신으로 잔금을 언제 치러야 하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잔금 납부가 지연되자 등기매물을 찾는 매수가 줄며 덩달아 거래는 더욱 위축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센트레빌 전용84㎡ 중층은 최고 7억9000만원까지 호가했지만 지금은 7억50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등기를 포기하고 분양권으로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K부동산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가망 없다고 본 사람들은 입주시기에 분양권을 내놓기도 했다, 저층은 분양가 수준인 급매물(전용84㎡ 6억 중반)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득세 감면 지연으로 서울 주요 입주단지에선 잔금 납부가 정체되며 시장에 혼선을 불러왔다. 사진은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흑석뉴타운센트레빌 전경.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미분양 상태인 구로구 고척동 월드메르디앙은 취득세 감면 발표로 잔여물량 처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말뿐인 감면’은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입주 시점에 계약조건 변경도 불가능하고, 서울이라 분양가 할인도 쉽지 않아서 취득세 감면 효과 기대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달부터 입주한 동대문 장안동의 한 주상복합도 잔금 납부가 지연되며 매매로 나올 물건이 죄다 전월세로 바뀌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설명했다.

이처럼 지난 20일 동안 취득세 감면이 늦춰지며 입주단지에선 후폭풍이 몰아친 가운데, 당정은 지자체 세수를 보전해주고, 3.22부터 취득세 감면을 소급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시장과 건설사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안동 M부동산 대표는 “소급적용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분위기 다 죽여 놓고 뒷북이다”고 말했다. 중견업체 B건설 주택마케팅 담당자는 “입주촉매제될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나갔는데, 국회 통과되더라도 얼마나 효과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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