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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 “임신 9개월 아내 잃었지만…”
“예쁘게 해줘 고마워요.”

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 카마이시 시의 대피소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중학교 체육관의 한 모퉁이에 간이 미용실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막 머리 손질을 마친 60대 여성이 웃으며 미용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쓰나미로 만삭의 아내를 잃었지만 “힘든 이재민들에게 웃음을 찾아 주고 싶다”며 대피소에 작은 미용실을 마련한 카타기리 코이치(41)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카타기리씨는 지진 발생 당시 시내에 있는 자신의 미용실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자 그는 손님들을 황급히 밖으로 대피시키고 언덕으로 함께 뛰었다.

하지만 카타기리씨의 아내(31)는 그 자리에 없었다. 임신 9개월인 아내는 쓰나미로 초토화된 해안지구 가까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 믿고 몇일 간 피난소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결국 아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출산 예정일은 4월 23일. 카타기리씨는 “아내와 아이를 지킬 수 없었다”는 죄책감으로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잠도 잘수 없었다.

하지만 2주일 후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시 가위를 들었다. 동료 사토미씨도 거들었다.

샴푸실도 없고 철재 의자와 손거울이 전부이지만 이재민들은 머리를 다듬고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3개월만에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사카시타(69)씨는 “기분이 산뜻해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전부를 잃고 살아남은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라고 묻는 한 중년 여성에게 카타기리씨는 “살아서 다행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쯤 흔들려도 내 가위는 멈추지 않는다”며 삶의 의지를 다졌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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