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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일상으로…파란 점퍼 벗을 때”
日 대지진 참사 3주째…에다노 관방 FT 인터뷰
지나친 자숙 되레 경제에 毒

결혼식·회식·야구경기 등

경기활성화 국난극복 도움


원전 복구 장기화 불가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


“이젠 파란 점퍼를 벗을 때가 된 것 같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3ㆍ11 대지진’ 이후 3주가 지났다. 사고 이후부터 줄곧 파란 점퍼를 입고 정부의 ‘입’이 돼 왔던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1일간의 작업복’을 벗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진, 쓰나미, 방사능이라는 ‘3대 재앙’ 속에서 일본이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
▶21일간의 악전고투 그리고 파란 점퍼=
대지진 발생 이후 파란 점퍼는 일본 각료들의 유니폼이 됐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지진과 쓰나미가 동북부 3개 현을 휩쓸고 지나간 첫날부터 파란 작업복을 입고 국민 앞에 섰다. 109시간 잠을 자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국민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느라 연일 분투했다. 

FT는 에다노 장관의 파란 재킷에 대해 “경비나 생산직 근로자들이 입는 점퍼가 일본 정부 관리들의 일상복이 됐다”며 이는 곧 일본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고 각료들이 쓰나미 피해자들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작업 중인 결사대원들과 혼연일체라는 연대의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서 “각료들 사이에서도 이제 점퍼를 벗을 때가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며 “비즈니스 양복으로 갈아입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FT는 이 같은 변화가 지진 후 위축된 일본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대지진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계획정전(지역별 윤번제 정전)으로 거리의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고 백화점, 레스토랑, 택시 등의 매출은 급감했다.

여기에는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자숙’ 분위기도 한몫했다. 피해지역의 이재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결혼식이나 회식, 입사환영회 등 연회 취소가 잇따르는가 하면 일본의 대표적 봄축제인 벚꽃놀이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에다노 장관은 “지나친 자숙은 선의와 달리 일본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재개된 고교야구대회와 친선 축구경기 등을 칭찬하면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소소한 움직임들이 일상으로 복귀를 유도하고 경기를 활성화시켜 결국 국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개막한 일본 춘계 선발고등학교 야구대회, 일명 ‘봄 고시엔’은 쓰나미와 방사능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인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특히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 현 센다이 시 대표로 출전한 도호쿠고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열도를 감동시켰다.

한편 FT는 전직 변호사 출신인 에다노 장관이 이번 사태에서 특유의 논리성을 바탕으로 사실을 전달해 간 나오토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간 내각 지지율은 지진 발생 전 10%대까지 추락했지만 지난주 28.3%로 전달 대비 8.4%포인트 상승했다.

▶원전사태 장기화, 상처는 계속=에다노 장관은 원전 사태와 관련해 “기본적인 안정에만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다”며 “완전한 복구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이 공식 집계한 인명피해는 31일 오후 현재 사망 1만1532명, 실종 1만6441명으로 총 2만8000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에다노 장관은 “오늘(4월 1일)이 새로운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가 시작하는 첫날”이라며 “다시 양복으로 갈아입겠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바로 파란 점퍼를 꺼내 입을 수 있도록 가까이 두겠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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