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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을 키우고, 관객이 뽑는다…‘슈퍼스타Kim’ 워크숍 가보니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지난 28일 저녁 8시. 짙게 깔린 어둠 속, 공연이 없어 적막한 대학로 예술마당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대부분이 2, 30대 여성들로 서로 아는 사이 같지도 않다. 간혹 주변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남성도 보인다. 예술마당 1관으로 들어서기 전 이들은 자신의 조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받아든다.

이들의 정체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슈퍼스타Kim 시즌2’ 배우 심사단. 이날 오디션을 통해 뽑는 배우들을 선발하는 관객 심사단들의 1차 워크숍이 열렸다.

▶관객은 교육을 받는다=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추진하는 ‘슈퍼스타Kim’은 관객들이 제작진과 함께 배우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청중 심사단처럼 단순히 연령대로 나눠 1등에 한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다. ‘슈퍼스타Kim’에서 심사단으로 선발된 관객은 연출과 안무, 음악 등 작품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교육받고 숙지한 후 공개 오디션의 최종 심사단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제작사인 CJ E&M 측은 플레이DB, 예스24 등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아 100여 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추렸다. 지난해에 이은 이번 심사단 모집엔 300여 명이 몰려 들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관객심사단.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예주열 CJ E&M 프로젝트 매니저는 “관객 참여를 넘어 관객 체험으로 보면 된다”며 “이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제작자로 관객을 직접 참여시키는 ‘주주총회’와 공개 오디션 ‘슈퍼스타Kim’, 배우를 꿈꾸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배우 체험 캠프’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워크숍과 오디션은 4주 간 긴 호흡으로 진행된다.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공연을 사랑하고 ‘김종욱 찾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감당하지 못할 과정이다.
28일 1차로 오는 6월 새롭게 선보일 ‘김종욱 찾기’의 연출을 맡은 변정주 연출이 작품과 오디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달 4일 2차 워크숍엔 김혜성 음악감독과 홍세정 안무감독이 나선다. 이렇게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다음 공연 중인 ‘김종욱 찾기’를 함께 관람한다.

11일 세번째 만남에서는 조별로 나뉜 심사단의 가상 캐스팅 발표 시간을 갖는다. 기존 뮤지컬 배우뿐 아니라 국내외 영화 배우, 가수들을 대상으로 ‘김종욱 찾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세 명의 배우를 골라내는 것이다. 7개 조가 10분씩 가상 캐스팅 결과와 이유를 밝힌 후 제작팀이 1등 조를 선발한다. 지난해엔 남자 주인공에 이선균, 여자 주인공은 공효진, 멀티맨은 류승범을 꼽은 조가 우승해 해당 조 전원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선물로 받았다. 


▶관객이 배우를 뽑는다=이날 심사단 앞에 선 변정주 연출은 연출의 역할과 오디션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라며 그 이해는 ‘대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정주 연출은 “음악하는 사람들은 악보를 보면 음악이 들리듯 연극이나 뮤지컬은 대본을 보면서 무대 위 작품을 상상해볼 수 있다”며 “오디션을 보기 전에 반드시 대본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대본을 기반으로 상상 속 무대를 만들가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인물의 성격이 확실하면 할수록 오디션 역시 편하게 볼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실제 배우 선발에서는 이미지와 실력을 함께 본다. 이미지는 외모뿐 아니라 목소리와 분위기, 버릇과 성격이 함께 고려된다. 변정주 연출은 “남자 주인공 역은 멋있으면서도 찌질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가 맞다”며 “반면 22역을 혼자 해내는 멀티맨은 상대적으로 개성은 덜하고 순발력과 재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정주 연출을 바라보는 심사단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연출의 설명을 받아적고, 연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등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 뒤 이뤄질 2차 워크숍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날 참석자들 중 40대 남성으로 눈길을 끈 안성재 씨는 “공연을 자주 보러 보는 편이고 ‘김종욱 찾기’는 한번 봤다”며 “4주 간 월요일 저녁시간대를 비워놓아야 해서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오디션 마무리까지 다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인 정지혜 씨 역시 “공연을 좋아하지만 연출이나 음악 등 배우 외에 공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며 “오늘 워크숍을 통해 연출 입장에서는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오디션에서는 배우의 어떤 면면을 챙겨봐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달에 15~20회의 공연을 즐긴다는 이루자 씨는 말 그대로 마니아의 면모를 자랑했다. 시즌 별로 ‘김종욱 찾기’를 무려 30번 봤다는 그는 “‘김종욱 찾기’ 남자 주인공 역은 무엇보다 얼굴로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완벽한 외모가 필수”라며 “전문가처럼 보이는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면이 엿보이는 배우여야 한다”고 말했다.

변정주 연출은 “오디션은 배우를 처음 만나는 자리로 떨리고 고마운 순간”이라고 했다. 4주 후, 단련된 심사단은 ‘고마운 마음’으로 ‘떨리는 순간’을 맞는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공연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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