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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원빈,이나영이 즐겨찾던 도심속 ‘시크릿가든’ 베일 벗다
마음속 어딘가 비밀의 정원을 가꾼다. 현실로 눈을 드니 아스팔트로 지어진 정밀(精密)의 숲이 시야를 막아선다.

매복했던 꽃샘추위가 달려들던 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헵시바를 찾았다. 삭막한 오피스 지역을 뚫고 칼바람 맞으며 오르막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서구식으로 지은 하얀 2층집에 작은 글씨로 쓴 간판이 걸렸다.

유럽풍 정원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는다. 1층에 8개의 테이블, 2층에 4개의 프라이빗룸이 있는데 유럽풍 초상화와 회벽, 샹들리에식 조명, 벨벳 커튼과 의자, 반원형 내부계단이 언뜻 추리소설의 무대를 연상케 한다.

이곳 크림소스 스파게티는 우유를 전혀 섞지 않고 크림으로만 만든다. 눅눅하거나 느끼하고 비릿한 느낌이 없는 건 그 때문이다. 많이 먹어도 덜 물린다.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 요리를 올려 내는 ‘만조 파스타’(2만1000원)가 대표 메뉴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는 홀토마토(조미료 없이 통조림된 껍질 벗긴 토마토)에 생토마토를 적당한 비율로 삶아서 섞어 만든다. 서구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낸 듯 담백하고 신선한 맛을 내는 비결이다. 오징어와 조개 등 해물을 올린 ‘마레 파스타’(1만9000원)가 추천 메뉴다.


외양에서 오는 선입견과 달리 음식값이 터무니 없진 않다. 이 집 안심스테이크는 3만9000원. 고급 고깃집의 꽃등심 가격 보다 싸다. 고기는 국내산 한우만을 고집한다. 리조또와 생선요리도 별미다. 메뉴판 어디에도 독특한 메뉴는 없다. 어설픈 퓨전을 배제하고, 정통 이탈리안 메뉴의 맛에 방점을 찍는다는 게 이곳 철학이다.

헵시바는 당초 ‘셀러브리티와 VIP만을 위한 레스토랑’을 표방했다. 기업인들을 비롯해 현빈, 원빈, 비, 송혜교, 이나영 등 연예인들이 주고객이었다. 인근에 이만큼 호젓하며 분위기 좋은 곳이 없어 이내 유명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이러한 콘셉트에 변화가 왔다. 지난해 드라마 ‘찬란한 유산’ 촬영지로 쓰이고 난 뒤부터. 일반 고객들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이재연 대표의 인식도 바뀌었다. 그는 “음식값을 많이 지불하는 소수의 VIP에게만 이곳을 보여주기에는 아깝다, 누구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사연을 가진 고객들이 이곳을 알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헵시바’는 히브리어다. 성서에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직역하면 ‘그녀 안에 나의 기쁨이 있다’로도 풀이된다.

하우스 와인 한 잔쯤 곁들이는 것도 좋다. 질 좋은 진판델 와인이 나온다. 이밖에 70여 종의 와인 구색을 갖췄는데 군소 수입사에서 들여온 흔치 않은 와인이 많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좋은 날엔 예쁘게 꾸며진 정원 테이블에 앉아도 좋다. 조용하나 우아하게 치러지는 하우스 웨딩도 받는다.

베일을 한 겹 벗은 도심 속 ‘시크릿가든’은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학동역 방향으로 한 블럭쯤 걷다가 외환은행을 끼고 왼쪽 오르막길로 100m쯤 접어들면 왼쪽에 보인다. (문의 02-511-3925)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사진설명=논현동 헵시바 레스토랑은 아담한 정원과 유럽풍 2층 가옥이 어우러진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스파게티와 리조토 등 제대로 맛을 낸 이탈리안 메뉴들이 독특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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