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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코메티·마그리트…실용가구 거장 푸르베…이름만으로 봄이 설렌다

예화랑 ‘To Be Myself’ 展

세계적 작가 작품 한자리에

조각·회화 등 다채로워



지난해 2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자코메티(1901∼1966)의 ‘걷는 사람(1961년작)’이 1억416만달러(한화 약 1197억원)에 팔리며 현대미술 최고가를 경신했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뼈만 앙상히 남은 청동조각이 그처럼 비싼 값에 낙찰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

가느다란 뼈대에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부서질 듯한 현대인을 표현한 자코메티의 조각은 미술관 컬렉션을 제외하곤 남아있는 작품이 거의 없어 여간해선 실물을 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자코메티의 조각을 비롯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현대 실용가구의 거장 장 푸르베까지 다양한 회화와 조각, 예술가구들이 화랑에 내걸렸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예화랑(대표 김방은)은 ‘To be Myself’전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미술관에서 매료됐을 법한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방은 대표는 “미술품은 그 날의 날씨와 기분, 동반한 사람에 의해 제각기 읽혀지고, 감상되어진다. 오래 전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만나, 당시를 떠올리고 새로운 감상에 빠져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지적이면서도 기이한 초현실적 회화를 개척한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유화 ‘모래시계의 저주’와 부조리한 현실 속 나약한 인간을 가는 선으로 표현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The Dog’ ‘Annet’ 등이 나왔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일상의 소재와 공간에 대한 기발한 발상을 보여준다. 이는 실재와 이미지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관습적 사고의 거부를 제안하고 있다. 또 전시에는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지의 작품도 포함됐다. 브랑쿠지는 로댕을 만난 후 피카소, 움베르토 보치오니와 교류하며 인체를 간결하고 완전한 단일 오브제로 해석했던 작가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인체조각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1950년 작품 ‘The Dog’. 28x58x11㎝. 사람처럼 개도 앙상하게 묘사했으나 그 특징과 움직임이 잘 표현됐다.

아울러 20세기 디자인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꼽히는 스틸(Steel)가구 디자인의 대가이자, 알루미늄 건축 및 조립식 가옥의 선구자인 장 푸르베의 가구도 볼 수 있다. “만들어낼 수 없는 디자인은 하지도 말라”며 기능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던 푸르베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실용가구들이 오늘날 어떤 현대가구보다 더욱 빛을 발하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이와 함께 간결한 쓰임새를 자랑하는 스칸디나비안 가구의 선구자로,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조화된 가구를 제작했던 핀 욜의 가구도 출품됐다. 아울러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로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추구하는 강정태의 가구도 곁들여져 서양의 근ㆍ현대 가구들과 비교 감상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자리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20세기 모던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가구들이, 저마다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서양 거장의 회화와 함께 연출됨으로써 근ㆍ현대 일상공간의 다채로웠던 미감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단순한 실용을 위해 출발했던 가구들이 예술로 진화한 현장을 살필 수 있는 등 현대와 과거, 실용과 예술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4월 6일까지. (02)542-5543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설명

알베르토 자코메티 ‘The dog’, 청동 28x58x11㎝, 1950

르네 마그리트 ‘모래시계의 저주’, 캔버스에 유채 66.5x51㎝, 1950~1952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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