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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마저도 비워라, 예술이 들어간다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26일 한국 첫 무대
유럽 음악계 이단아 괴벨스의 독특한 연출

英신사 4명이 읊조리는 시·무반주 아카펠라

연극-콘서트 경계 허문 ‘105분간의 충격’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하이너 괴벨스의 무대가 찾아온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열고 받아들이면 하이너 괴벨스의 무대는 충격이 아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파격이나 난해함이 아닌 독창적인 무대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를 작곡하고 연출한 하이너 괴벨스는 유럽 음악계의 이단아로 꼽힌다. 경계를 지워가는 그와 함께 작업을 완성한 것은 카운터테너, 테너, 바리톤으로 구성돼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에 천착해 온 4명의 영국 신사, 아카펠라 보컬 콰르텟인 힐리어드 앙상블이다.

지난 2008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원래 힐리어드 앙상블 연주회 프로그램의 일부로 소개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계획된 20분짜리 곡은 5배의 길이로 늘어나 105분간 휴식 없이 이어졌다.

이 작품을 대할 때 정체성을 따진다면 곤란하다. 이야기를 따라가지도 않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없다. 무대에 오르는 힐리어드 앙상블은 노래뿐 아니라 시를 읊고 무대세트도 존재한다. 연극도 아니고 콘서트도 아니다. 장르를 따져 묻는 이들에게 하이너 괴벨스는 말한다. 

유럽 음악계의 이단아 하이너 괴벨스의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에는 4명의 영국 신사, 아카펠라 보컬 콰르텟인 힐리어드 앙상블이 극을 이끌어 간다.

“무엇을 보러 가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예술적 경험에 관객은 더 열려있게 된다. 보는 것과 듣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좁은 의미를 담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다.”

무대는 시에 따라 움직인다. T.S. 엘리엇의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모리스 블랑쇼의 ‘낮의 광기(La folie du Jour)’ 사무엘 베케트의 ‘워스트워드 호(Worstward Ho)’의 시에 작은 살롱, 벽돌 2층집, 쓸쓸한 호텔 방의 장면이 이어진다. 유일한 출연진인 힐리어드 앙상블만은 무대 위에서 시를 읊거나 반주 없이 아카펠라로 노래한다. 


고요한 분위기지만 신비로운 노래 속 이미지는 선명하게 다가온다. 생소한 무대에 의미와 의도부터 생각하는 관객에게 괴벨스는 말한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예술을 느끼는 폭이 더 넓어진다. 힐리어드 앙상블의 목소리는 극음악에서 흔히 듣는 발성이 아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 무대엔 살롱 하나, 집 한 채, 호텔방 하나가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즐거움이고 상상하는 자유다.”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는 지난 2007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선보인 ‘하시리가키’ 이후 국내에 소개되는 하이너 괴벨스의 두번째 작품으로 아시아 초연 무대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연 이후 런던, 베를린, 파리 등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26일과 27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후 31일엔 통영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공연된다.

윤정현 기자/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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