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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여행,‘눈팅’에서 ‘감성’으로 갈아입다

  • 기사입력 2011-03-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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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집에서 TV를 보다 보면 세 개의 여행 프로그램이 눈길을 잡는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이하 걸세)’와 EBS ‘세계테마기행’, MBC 비교체험 여행기 ‘그곳에서 살아보기’다. 주말 야외로 나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거실에서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여행하게 해준다. 비록 대리 체험이지만 새로운 세계와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토요일 오전에는 ‘걸세’를 볼 수 있고, 밤 12시20분에는 ‘그곳에서 살아보기’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일요일 오후 6시에는 월~목요일 오후 9시대에 방송했던 4개의 ‘세계테마기행’을 연속해서 다시 보여준다.

셋 다 교양물치고는 시청률이 꽤 높은 편이다. ‘걸세’와 ‘세계테마기행’은 대표적인 여행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6월에 시작한 ‘그곳에서 살아보기’도 마니아 시청자를 대거 확보한 상태다. 세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보는 시청자도 꽤 많다.



▶오랫동안 여행 프로그램의 전형 KBS ‘세상은 넓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가 시행됐다. 89년부터 여행사들의 패키지여행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해외여행 시대가 열렸다. 대학생들도 방학이 되면 배낭 하나 메고 유럽 등지로 여행 러시가 이뤄졌다. KBS ‘세상은 넓다’는 지구촌 여행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던 95년 9월에 시작됐다.

‘세상은 넓다’는 오랜 기간 TV 여행 프로그램의 전형이었다. 주요 내용은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떤 음식을 먹어 보면 좋은지를 안내해주는 것이었다. 이는 쏟아지는 해외여행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여행 정보와 가이드가 필요한 시절에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행 프로그램은 여행을 하는 ‘나(주체)’보다는 내가 봐야 할 대상을 많이 소개한다. 이런 내용만으로는 인터넷에 숱하게 널려 있는 각종 여행 정보를 당할 수 없다. 과거에는 여행 정보가 부족해 여행 가기가 힘들었다면, 이제는 여행 정보가 너무 많아 여행 가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세상은 넓다’가 살아남은 이유는 외국을 다녀온 시청자가 직접 찍은 UCC(이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스튜디오에 나와 소개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생생하고 특별한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바라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에 여행은 UCC로 담기에 최적 소재다. 일반 주부부터 학생, 교사, 군인, 회사원 등 색다른 여행 정보를 자신의 시각에서 담아낼 수 있다면 누구든지 출연이 가능하다. 따라서 객관적 여행 정보를 제공하던 ‘세상은 넓다’도 주관적인 체험이 어느 정도 더해지게 돼 있다.



▶여행 정보 제공에서 주관적 스토리텔링 감성으로

하지만 갈수록 여행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음식과 여행을 결합한 ‘요리보고 세계보고’와 같은 특화된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했다.

자세히 보면 ‘걸세’나 ‘세계테마기행’ ‘그곳에서 살아보기’는 이전 여행 프로그램과는 제법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패키지 여행 패턴인 단순한 유람이나 관광이 아니다. 여행자의 감성과 경험이 묻어나는 여행 프로그램으로 진화했다. 모두 여행자 입장에서 가슴으로 느낀 주관적인 스토리텔링형 감상으로 호평받고 있다.

여행은 ‘여행지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여행자의 내면을 쫓아가는 행로’라는 말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딱 맞는 말이다. 그래서 화려하거나 과장돼 있지 않고 인간 냄새를 풍긴다.

‘걸세’는 잡다한 여행 정보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여행물과 달리, 여행하는 사람의 감성과 감정을 더 중시한다. 세계의 여러 도시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담는다. 여행자는 KBS 교양PD들이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PD 사이에 가장 인기가 많다.

‘걸세’의 내레이션이 항상 ‘나는~’으로 시작하는 것도 PD라는 평범한 여행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맛보게 하기 위해서다. 일반인들이 외국을 여행할 때 유적지나 전통시장 등 볼거리 위주라면, ‘걸세’는 PD가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가며 체험으로 풍광을 담아주고 그 지역 보통사람들을 만나 식사하고 가정도 방문하며 생활상을 담아내, 구수한 사람 냄새가 나는 게 특징이다. 방문지 숙소의 주인아줌마와 나눈 정감 어린 일상대화도 놓치지 않는다.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대리 체험자, 여행큐레이터

‘세계테마기행’도 자유로운 배낭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체험기다. ‘유람’이나 ‘관광’을 넘어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여기서는 우리에게 알려진 인사를 여행큐레이터로 활용한다. 이들은 여행전문가 입장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반인의 모습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그들과 소통하며 여행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

젊은 자전거여행가 이창수가 일본 지방 현들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시골집에 묵으면서 떡도 만들고 주인집 가족과 대화하는 것을 보면 ‘아, 여행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마쓰리(축제)에도 직접 참가해보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창수가 동남아의 섬으로 떠나 그곳 아이들과 노는 모습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했다. 여행이란 ‘여유의 문화’인데, 나는 언제 저런 자유와 여유를 누려 볼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태국 수상가옥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그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 보기만 해도 흐믓해진다.



▶‘라이크 어 로컬’을 통한 다문화 체험

‘그곳에서 살아보기’는 단순 여행 프로그램 단계를 지난,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현지 사람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그 사람의 삶을 체험한다. 따라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다국적으로 구성된 미녀 2인 또는 3인이다. ‘미녀들의 수다’에 나왔던 미녀들이 자주 출연한다.

‘그곳에서 살아보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라이크 어 로컬(Like a Local)’이다. 외국의 어느 도시, 어느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 사람으로 ‘살기’다. 이 때문에 호텔 대신 집을 빌리고, 음식을 해먹고 슈퍼마켓과 벼룩시장을 기웃거린다. 현지 사람들과 느긋하게 어울리고 친구를 사귀며 마을 대소사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일상을 경험한다. 현지인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청돼 신랑 친구가 신랑을 다루는 특이한 풍속을 접하는 등 특별한 기분을 맛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진다.

독일 미녀 마리연과 이화선이 남프랑스 니스에서 요트로 여행 중인 캐나다인 부부를 만나고 니스 카니발에도 참가해 특별한 꽃다발을 받는다. 1인용 전기스쿠터 세그웨이 타기에도 도전했다. 마리연은 그라스의 향수공장에 가 향수 만들기를 체험한다.

에바와 박시현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체험기와 리에의 터키 여행기, 유인영과 에바의 덴마크 여행기를 보면 현지인과 사귐을 통해 다시 가고 싶은 인연을 만드는 여행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지인의 삶을 살아보는 낯선 경험을 통해 때로는 현지 문화와 충돌도 하고 또 이해하면서 인생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얻어간다. 주관적인 감성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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