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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력의 日本을 다시보다
지진에 쓰나미, 여진 공포에 화산폭발까지 재해가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일본 사람들은 생사의 다툼을 눈앞에 두고도 더 힘든 상황에 처한 남을 먼저 배려하고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금 인류애를 깨닫게 하고 있다. 약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한송전 상황에서도 먼저 전기를 절약하고 대피소에서도 질서정연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전 세계 언론이 격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반일감정이 있는 데다 지난해 영토분쟁으로 악화된 중국이 극찬하고 있다. 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도쿄에서 수백명이 광장으로 대피하는 가운데 남성은 여성을 도왔으며 길에는 쓰레기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 인터넷 여론조사를 인용, 중국인 84%가 ‘일본을 돕자’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극찬했고 미국 지질조사국 전문가는 “지금 같은 사태를 극복해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이는 바로 일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초인적이고 성숙한 대응은 국민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먼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메이와쿠 가케루나)’고 가르친다. 전철 안에서는 전화를 하지 않고 대지진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도 약탈ㆍ새치기는커녕 단 10ℓ의 기름을 얻기 위해 수백명이 차례로 줄을 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를 분석한 대표적인 책인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은 실패나 비방, 배척 때문에 상처받기 쉽다”고 평가하면서 “따라서 타인을 괴롭히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극도로 자신을 자제하고 감내하는 길을 택한다는 의미다.
지진ㆍ쓰나미ㆍ원전폭발이라는 ‘전후 최대의 위기’ 속에서도 일본인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일본을 다시 보게 하고 있다. 지난 해 칠레 광부가 69일 동안 광산에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생환하면서 칠레의 국격이 오히려 높아졌듯, 대지진 앞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전 세계의 눈길이 쏠려 있다.
대재해 앞에서 인간애를 앞세운 사례는 35년 전에도 있었다. 1976년 7월 28일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에선 23초간의 대지진으로 탕산 인구의 20%가 넘는 24만명이 사망했다.
20세기 최악의 대지진 목격자였던 당시 주중 일본대사는 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의 숙명, 그러나 재해 속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글로 남겼다. “땅은 흔들리고 건물은 계속 허물어진다. 화재는 연옥같이 건물을 태워 나간다. 진동과 파괴와 화재가 계속되는데 불행을 당한 이웃을 위해 달려 나가고,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은 바로 자기 가족을 위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누구나가 공동체 속에서 자기 희생으로 남을 위하고 전체를 위해 행동했다.”
기록을 남긴 이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해보면서 너무나도 큰 충격과 감동에 말없이 숙연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주중대사는 조국을 걱정했지만 지금 일본에서도 자연재해 앞에 굴복하지 않고 침착한 대응에 나선 일본인들을 전 세계가 격려하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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