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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 조부수"답답했던 가슴,‘뻥’ 뚫리는 그림 찾았죠"
지난 1980~90년대 말,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누비며 맹활약했던 작가 조부수(67)가 16~31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김창실) 초대로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인적 없는 충남 부여의 산골로 내려가 두문불출했고, 이번에 과거와 전혀 달라진 작품으로 12년 만에 한국팬과 만난다.

1993년 미국 뉴욕에서, 1998년 프랑스 니스에서, 그리고 1999년과 2002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던 그는 2003년 돌연 충남 부여 석성면으로 낙향해 바다와 산, 꽃을 미친 듯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지난 1999년 말, ‘파리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왠지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몇년을 이리저리 방황하다 적막한 시골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진짜로 그리고 싶은 그림들이 막 쏟아져 나왔어요. 자연이 준 선물이죠”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지난 10년간 그린 작품 중 대작 위주로 40여점을 가려내 선보인다.

대형 캔버스에 거침없는 필치로 원색의 역동적 화면을 그려낸 것은 전과 같다. 그러나 이번엔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푸른 하늘이 있으며, 아찔할 정도로 현란한 꽃밭이 펼쳐져 있다. 과거 그의 액션페인팅 회화를 기억했던 미술팬이라면 180도 달라진 변화에 얼얼(?)할 것이다. “오로지 자연과만 대면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그런 그림들이 터져 나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신작들은 칠순을 눈앞에 둔 노작가의 회춘을 보듯 역동적 에너지로 넘쳐난다.


미술평론가 임영방(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씨는 “조부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작품은 삶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버린 듯 자연의 청량함과 싱그러움이 가득하다”며 “경쾌한 단색조 붓질, 색조 변화의 아름다움으로 넓은 공간성을 산출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노랑, 빨강, 청색, 초록 등 원색을 그대로 사용해 회화적인 감미로움을 선사하며 물리적인 공간성을 넘어 아름다운 시정(詩情)이 무한히 전개되는 듯한 공간성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부수의 바다 그림은 대상의 핵심을 집약하는 솜씨를 잘 보여준다. 채색이 절제된 바다 경관에 검은 윤곽만으로 모습을 드러낸 몇 척의 고기잡이배는 망망대해임을 은유한다. 함축된 표현 방법으로 화면을 단순하고 상큼하게 정리한 것. 


출품작 가운데 2004년 작 ‘꽃과 물고기’는 추상의 흔적이 남아 있어 흥미롭다. 평면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한 후 중앙에 한 송이 꽃과 물고기 한 마리를 간결하게 등장시켜 자연의 하모니를 색다르게 들려준다. 대자연을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보고 그린 그림, 자연과 하나가 돼 나온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바다와 꽃밭을 그리던 중 기하학적 추상에 대상을 대입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렸는데 나 역시 희열을 느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02-734-0458

이영란 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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