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고의 세월 보낸 브루크너…‘교향곡 8번’으로 빛나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라는 다소 긴(!) 이름의 독일 오케스트라가 16년 만에 내한해 많은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공연장이던 직물공장 ‘게반트하우스’의 이름을 붙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관현악단인 이 오케스트라는 작곡가 멘델스존이 종신 지휘자로서 직접 이끌었던 전통을 자랑한다. 

이들은 멘델스존과 함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해 낭만주의 시대에 바흐가 재조명받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고, 멘델스존 이후에도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브루노 발터 등 음악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위대한 지휘자들이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이틀간 무대에 서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특히 둘째 날, 무대에서 실연으로 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던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브루크너는 브람스와 동시대의 작곡가지만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아주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필자의 한 지인은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배우던 교재의 작곡가인 부르크뮐러로 혼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교향곡과 종교음악 작품들은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과 20세기를 연결 짓는 중요한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은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지만, 생전에 브루크너는 말년이 돼서야 작곡가로서의 위대함을 인정받았다.

그는 바그너를 너무나도 존경했는데, 이로 인해 브루크너는 당시 음악사의 정치 상황상 바그너에 적대적이었던 빈의 유력 평론가들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었다. 그러다 나이 60세 때 발표한 교향곡 7번으로 거장으로 칭송받기 시작했으니, 그가 묵묵히 보내야 했던 인고의 세월은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교향곡 7번으로 첫 성공을 경험한 브루크너는 교향곡 8번을 발표하며 거장으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연주시간만 약 90분에 이르는 이 대곡은 온 우주를 담은 것과 같은 음악의 물결로 평단과 관객들을 열광시켰지만, 바그너를 추앙했던 브루크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빈의 유명 평론가 한슬릭은 여전히 이 작품을 평가절하했다.

동료 음악인들의 이해 부족 속에 여러 번 개작을 해야 했던 교향곡 8번은 브루크너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교향곡으로 남게 됐다. 오랜 시간 인정받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그가 남긴 필생의 역작. 이 교향곡 8번은 사교성 없고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던 브루크너가 세상에 남긴 자신의 분신이며 축복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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