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린이 감기약, 항생제 남용 심각...얼마나?
최근 한 언론이 가벼운 감기증상에 대한 항생제 남용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가 충격적이다. 3~7세의 초기 감기 증세 환자 21명과 함께 전국의 소아과 45곳, 이비인후과 15곳을 방문하여 감기약 처방을 받은 결과 항생제 처방률은 약 48.9%로 2명 중 1명꼴로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의 경우에는 무려 86.7%가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었다.

국내 항생제 일일 평균 사용량은 2006년 기준으로 23.8%로 OECD 평균치인 21.3%보다 높다. 항생제 사용량 수치가 23.8%이란 것은 하루에 성인 1000명 중 23.8명이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도 52%로 나타나, 미국 43%, 네덜란드 16%에 비해 높았다. 특히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많이 찾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59%를 기록해, 45%인 병원보다 높았다.

특히, 2010년 보건복지부에서 왜래 감기 및 급성상기도감염에서 연령집단별 항생제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0~9세에서 하루 1.26개를 복용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성인의 하루 평균 0.63개에 비해 2배나 많은 양이다.

하지만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즉,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이다. 감기와 이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감기를 더 빨리 낫게 해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감기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주지도 못한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항생제 과다 사용에 대한 위험 때문에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는 항생제 사용을 제한한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나 식품의약국에서는 1998년 이후 항생제 사용 질환 목록에서 급성 기관지염을 제외시켰으며, 2004년부터는 “의사는 세균에 의한 감염이 확실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라는 경고문을 모든 항생제에 명시해 왔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당연시 되는 급성 중이염에도 처음부터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고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면서 24시간 관찰 기간을 두라고 권한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기본 통제조차 없는 실정이다.

항생제는 몸 안에 나쁜 세균이 들어와 병이 생겼을 때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계속 먹으면 나중에는 항생제 치료 자체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항생제가 우리 몸의 유용한 세균까지 죽인다는 것이다. 특히 위장과 대장 속에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돕는 세균이 있는데, 항생제는 이런 세균들까지 다 없애버려 위장장애,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도 생긴다. 항생제는 폐렴 등 감기로 2차 합병증이 심해졌을 때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때도 복용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항생제의 대안으로는 한의학적 치료가 있다. 이는 증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에 치료의 목적을 두지 않고, 인체의 방어기전을 보조하여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감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을 추구한다. 즉, 기침, 콧물, 발열등 감기의 증상은 대체로 몸에 들어온 나쁜 기운을 외부로 발산하려는 경향을 띤다. 이에 따라 한의학의 감기 치료 방향도 병이 깊이 들어가기 전에 발산 시키는 것이다.

또한 한약을 이용한 감기치료는 양약의 잠재적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일본 기타사토 대학(Kitasato University)의 기요하라 교수는 보중익기탕(황기, 인삼, 백출 등이 들어간 감기와 식욕부진에 쓰이는 처방)의 복용으로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증가 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또한 일본 센다이(Sendai)병원의 토모히로 쿠보 박사는 5세~13세 사이 A형 인플루엔자로 확진 된 환아를 대상으로 마황탕(마황, 계지, 감초 등이 들어간 감기로 인한 두통과 발열에 쓰이는 처방)의 유효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마황탕 투여군 15시간, 마황탕과 타미플루 투여군 18시간, 타미플루 투여군 24시간으로 마황탕을 단독으로 투여한 군이 가장 짧은 발열 지속기간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감기를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히 쉬게 해주는게 좋다. 잠깐이라도 낮잠을 재우고, 적극적인 육체활동은 물론 실내에서 하는 놀이나 컴퓨터, TV시청도 자제시킨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 단체생활도 잠시 쉬게 하자. 또 평소보다 두배 이상의 수분섭취를 해주며 대소변을 장려하자. 열이 대소변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도 쉬어야 하므로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 과일 등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은 피하고 식사량도 조금 줄인다. 아파서 빠진 체중은 나중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므로 감기로 힘든 위장에 할 일을 더해줄 필요는 없다.

<도움말 : 김정열(강남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