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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은 얘기, 긴 감동... ‘촌철살인’ 단편의 매력
최근 폐막한 제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단편 부문 1, 2위를 석권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박찬욱-찬경 형제 감독의 ‘파란만장’과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이 각각 단편부문 황금곰상과 은곰상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편영화는 아직 장편 데뷔를 하지 못한 신인감독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기회가 돼 왔거나 최근 활발해진 각 기업들의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의 이름을 내건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신인감독의 등용문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고, ‘파란만장’ 역시 아이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단편영화는 제 나름의 독특한 미학과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의 러닝타임을 통해 기존 장편영화는 다룰 수 없는 소재나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이 많다. 질질끄는 장편영화보다는 오히려 더 압축된 이야기와 영상으로 장르적인 쾌감을 주는 수작들도 있다. 극장에서 단편영화는 대체로 4~5편이상의 작품이 함께 묶여 상영되므로 같은 시간에 다양한 입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관객들로선 큰 장점이다. IPTV나 모바일 등 다양한 윈도를 통한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최근 단편영화제도 많아지고 단편영화의 정식 개봉도 늘고 있는 이유다. 

서울 홍대앞 거리에 있는 KT&G 상상마당에서 24일 개봉한 ‘촌철살인’은 최근 다양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젊은 감독들의 단편영화 4편을 모은 작품이다. 기발하고 쾌활하며 뜨근하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멜로, 코미디 장르도 다양하다. 사회를 읽는 젊은 영화인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재기넘치는 유머를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다.

첫 작품 ‘라인’(감독 박형익, 윤홍란)은 애니메이션이다. 글을 쓰는 한 작가와 이웃집 여자간의 영역다툼을 그렸다.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내 땅을 한 치라도 넓히기 위한 두 남녀의 싸움이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간결한 선으로 표현한 그림체와 실사와 만나는 후반부의 표현이 기막히다. ‘런던유학생 리처드’(감독 이용승)는 한 세무서에 고용된 두 젊은 사내의 갈등을 소재로 했다. 비정규직 시급 몇 천원에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이 서글프고 우스꽝스럽다. ‘백년회로외전’(감독 강진아)은 사고로 여자친구를 잃은 한 젊은 남자의 멜로드라마. ‘유숙자’(감독 엄태화)는 속물덩어리인 한 젊은 여자의 방을 유령같은 사내를 등장시켜 살며시 엿본 작품이다. 

모든 작품이 현실감각을 잃지 않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소재로 했으나 그것을 드라마로 포착한 시선과 상상력은 뛰어나다. ‘라인’은 서울창작애니메이션 대상,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우수상 수상작이며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오타와, 마드리드 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됐다. ‘런던유학생 리차드’와 ‘백년해로외전’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각각 비정성시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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