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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주현이란 이름 앞에 ‘믿음가는 배우’ 붙으면”
옥주현은 가벼운 노랫소리로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아직 텅빈 공연장 로비를 울리는 상큼한 허밍이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아이다’는 평일 오후 8시 공연이다. 옥주현은 분장을 하고 의상을 갖춘 후 오후 6시부터 미리 아이다가 돼 있다. 아이다로 변신하기 직전, 22일 성남아트센터 분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옥주현은 먹는다=민들레즙, 도라지 달인 물, 각종 과일과 비타민은 끝이 아니다. 옥주현은 인터뷰 도중 “약을 갖다달라”고 주문한다. 한약이란다. 옥주현은 잘 챙겨 먹는다. 모든 배역이 원캐스팅(공연 기간 동안 한 배역을 배우들이 번갈아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배역당 한 배우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인 뮤지컬 ‘아이다’를 그가 이끌어가는 동력은 김우형, 정선아, 김호영 등 가족 같은 동료 배우들의 존재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이렇듯 철저한 ‘먹을거리 관리’다.

2005년 초연 이후 두 번째 무대에 다시 선 옥주현이 홀로 아이다로 선 것도 벌써 두 달이 훌쩍 넘었다. 3월 27일까지 아직 한 달여의 기간이 남았다. 120여회에 이르는 공연 내내 아이다는 옥주현이다.
뮤지컬 출연과 더불어 매일 KBS 라디오 ‘옥주현의 가요광장’을 진행하고 드라마 ‘더뮤지컬’ 막바지 촬영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챙겨먹는데도 살이 더 빠진 모습이다. 

“하루에 2회 공연이 있을 때는 아침식사를 꼭 챙겨먹어요. 라디오 방송 중간에 먹는 점심을 제일 푸짐하게 먹죠. 저녁은 공연 2시간 전에 미리 꼭 먹고요. 공연 중엔 무대 뒤편에서 건조해진 목관리를 위해 도라지물도 반드시 마셔줘야 해요.”

이번 공연 중 다시 한 번 먹는 것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낮공연 이후 저녁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 이미 객석을 채운 관객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공연은 취소됐다. “낮공연 인터미션 때 사발면을 먹었거든요. 그것 때문인지, 유난히 그날 건조했던 공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뒤론 먹을 것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됐죠.” 다행히 성대가 결절되거나 성대 자체에 문제가 발견된 것은 아니어서 다음 무대엔 바로 설 수 있었다. 그 뒤로 그는 인터미션뿐 아니라 공연 2시간 전부터는 물 외의 어떤 다른 음식도 먹지 않는다.

▶옥주현은 노래한다=옥주현이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것은 1998년. 뮤지컬 무대는 2005년 ‘아이다’ 국내 초연이 그의 데뷔작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데뷔 무대 주역을 따낸 그는 6년이 지난 오늘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여자 뮤지컬 배우로 올라섰다. 그래서 그에게 ‘아이다’는 더 특별하다. 

“원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건 ‘시카고’에서 이미 경험했기에 그 정도로 두렵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을 하면서 원캐스팅이 공연의 수준이나 질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했죠.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골라 보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편차가 심하거든요. 배우의 욕심이 아니라 공연과 관객을 위해서 원캐스팅이 최선이죠.”

그가 다시 ‘아이다’를 택한 것은 헤어날 수 없는 ‘아이다’의 매력 때문이다. “공연이란 게 한번하고 잊혀지는 건 아니거든요. 초연 당시엔 맞춰지지 않던 조각들을 다시 헤아려 가면서 더 밀도 있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작품 자체가 더 뚜렷한 윤곽으로 다가와요.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나 부분이라도 깨우치는 폭이 넓어졌달까요.”

그래서일까. 객석에서 보는 그의 모습 역시 6년 전에 비해 한층 안정적이다. 주변에서는 매번 “힘들지 않냐”고 묻지만 스스로 “힘들지 않다”고 마음을 다잡는 마인드컨트롤 능력도 키웠다.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사랑하는 라다메스 장군과 생매장당하는 장면은 그가 ‘아이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그럼에도 극에 몰입돼 실제 처절한 심정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 장면 직후 다시 현대로 돌아오는 박물관 장면을 준비하는 무대 뒤에서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매일 서는 ‘아이다’ 무대가 너무 익숙해져서 한 실수를 묻자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진 않는다”고 답한다. “무대에 설수록 더 긴장돼요. 현대극도 아니고 사극도 아닌 어투 자체도 그렇지만 대사가 많은 뮤지컬 중 하나거든요. 원캐스팅으로 혼자해서 더 그렇기도 하겠죠. 무대는 늘 두렵고 그래서 더 긴장하죠.”

▶옥주현은 바쁘다
=‘아이다’가 미처 끝나기 전 다음 뮤지컬도 정해졌다. 지난해 자신이 초연 무대에 섰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다. 3월부터 공연이 시작돼 기간이 겹치지만 옥주현은 4월부터 ‘몬테크리스토’ 무대에 설 예정이다.
“‘몬테크리스토’ 이후엔 두 작품 정도를 보고 있어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중하반기에 할 작품들이죠. 그리고 프랭크 와일드혼의 제안으로 앨범 작업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 옥주현을 만난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지난해 내한해 옥주현의 노래를 듣고 극찬한 바 있다. 그가 옥주현의 목소리로 담은 드라마틱한 팝 앨범을 미국에서 발매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계획은 인기를 끌었던 요가 비디오에 이어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는 것이다. “아직 기획 단계예요. 굶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제대로 먹으면서 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제가 예전부터 날씬한 건 아니었으니 더 희망적이잖아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옥주현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들과 만나고 있지만 자신과 관련된 기사나 따라붙는 답글은 보지 않는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러지 않으려 해도 흔들리더라고요. 그런 언급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평이라기보다는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거잖아요. 내용이 칭찬이든, 욕이든 배우가 무대에서 느끼는 관객의 반응이나 연출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지 그 외의 요소들 때문에 흔들려선 안 되니까요.”

연습과 공연, 방송과 다시 연습이 반복되는 빼곡한 달력엔 아직 결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다른 어떤 수식보다 ‘믿음이 가는 배우’라고 인식되고 싶어요. ‘옥주현이 출연하는 작품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아무 기준 없이 작품을 고르는 배우가 아니라는 믿음, 그리고 쌓아온 이미지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아이다’는 다음달 27일까지 공연된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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