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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MK·현정은 11년 묵은 범현대가 앙금 씻을까
현대건설 인수 다툼 마무리…내달 故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맞아 극적 화해 이룰듯
구원(舊怨)의 역사는 제법 길고 깊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경영권을 둘러싸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2000년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 간 충돌이 있었다. 소위 ‘왕자의 난’이라고 불린, 역사에 남을 만한 분쟁이었다. 이후 옛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현대그룹 등으로 갈라졌다.

현 회장 취임 후에도 범현대가 간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현 회장은 KCC 현대중공업 등과 지분경쟁을 벌여야 했다. 정몽구 회장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 회장과는 반대편에 서 있었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정 회장과 현 회장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여기고 ‘올인’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양측은 상대를 폄하하는 날선 대결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됐지만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조달 자금이 문제가 됐고, 결국 현대차그룹이 승자가 돼 사실상 인수전이 막을 내린 상황이다.

포성이 잦아든 즈음에 상처를 치유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던 현대그룹이 법정소송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고, 현대차 측도 “현 회장이 먼저 공식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수도…”라며 절충점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그룹은 이로써 승산 없는 싸움을 중단하고 경영권을 확실히 방어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이미 목표를 이룬 마당에 더 이상의 감정싸움은 실익이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은 그간 갈등 속에서도 ‘시아주버니-제수’로서의 예의만큼은 저버리지 않아왔다. 실제로 현대건설 인수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고 이정화 여사의 기일에 두 회장은 모두 참석해 얼굴을 맞댔다. 현 회장도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고 정 명예회장의 선영을 참배한 자리에서 “정 회장을 존경하며 그룹의 적통성도 그분에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 시기도 적절하다. 고 정 명예회장의 10주기가 머지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정 회장과 현 회장이 다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손을 맞잡기에 이만한 때도 없어 보인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최악의 감정싸움을 지나 범현대가의 오랜 앙금까지 씻어내는 반전의 계기가 될지 양측의 행보가 주목된다. 하남현 기자/air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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