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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전환요구 잔업거부 ‘힘의논리’ 만…
“현대차 사내하청직원 정규직 전환” 판결 그후…술렁이는 현장
‘개인 관련 소송’ 확대 해석

근로자들 밀어붙이기식 단체행동


한꺼번에 전환땐 기업부담 불보듯

해외아웃소싱땐 노동자도 손해

노사정委 통해 사회공론화 절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이었던 최병승 씨가 원청업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준 이후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판결이 최 씨 개인에 국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일제히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벌인 공장점거 파업에 외부 상급단체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고, 현대차는 법원 판결이 생산현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재상고키로 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내하청 ‘켜켜이 쌓인 오해’=사내하청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이상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해도 쌓였다. 마치 사내하청이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제도로 잘못 인식되는가 하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내하청은 외환위기 직후 노사 합의에 의해 탄생한 산물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논란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현대차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은 노조가 고용안정성을 위해 노동유연성 확보를 절실히 원했던 사측과 2000년 임금교섭 당시 도입에 합의한 것이 현대차 사내하청의 출발점이었다. 사측에 사내하청 도입을 양보하는 대가로 노조는 완전고용을 보장받은 것이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수준 역시 생각보다 열악하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 입사 4년 된 직원 연봉을 100으로 하면 같은 근속년수의 사내하청 근로자 연봉은 75인 반면 1차부품사 평균은 56, 2차부품사 평균은 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같은 라인에서 근무하는 원청업체 직원에 비해서는 임금수준이 떨어지지만 협력업체에 견주면 사내하청 근로자의 임금이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내하청에 대한 사실과 다른 오해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직원을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현장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측도 퇴로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내하청 근로자들도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급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사진DB]
▶‘오락가락’ 법원 판결이 혼란 부채질
=작년 7월 대법원은 최병승 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정규직 전환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승소판결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서울고법은 현대차에 최 씨를 정규직원으로 받아들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004년 현대차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노동계가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은 적법한 도급계약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2006년 6월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동일한 사건에 대해 ‘적법 도급’으로 인정한 바 있다. 결국 같거나 비슷한 사안에 대해 사법기관들이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가 최근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전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번 판결이 단독으로 진행돼 법원조직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일관되지 못한 대법원 결정이 발화점을 향해 달려가던 사내하청 문제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사건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신중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시도해야=사내하청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 사내하도급 현황’을 보면 2010년 8월 현재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인 이상 1939개 사업장 근로자 132만6040명 가운데 24.6%인 32만5932명이 사내하청 근로자였다. 조선업종의 원청 근로자 대비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은 무려 158.7%에 달했고 철강은 77.6%, 자동차는 19.5%, 전기ㆍ전자는 16.4%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2년 이상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업체의 비용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인력 과잉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사내하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 계속 내려지면 부담이 급증하는 대기업들이 파트너십을 해외 쪽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노사 양쪽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측도 합리적인 선에서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퇴로를 열어줄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사내하청 근로자 역시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면서 “사내하청 문제도 이제 노사정위원회 등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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