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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이 왜 이리 안들어…” 문제는 약이 아니라 사람!
“약이 왜이렇게 안들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인 A씨(43세)는 한달간 약을 먹어도 백혈병 수치가 떨어지지 않자 혹시 ‘돌팔이 의사’를 만난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병원을 옮겨서 새로 처방을 받아도 똑같은 약을 내주는 것을 보고는 리베이트 의혹까지 생겼다. 무작정 이식수술을 해달라 떼쓰던 그는 의사가 “그런데 약은 제때 제때 드셨습니까?”고 질문하자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가끔씩 약을 빼먹고 안먹거나 늦게 먹은 것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중증질환자, 3명중 1명은 ‘약 제대로 안먹어’ = 약을 제때, 먹으라는 만큼 먹어야 하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그러나 정작 중증질환 환자 3명중 1명은 약을 제때 먹지 않거나 아예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암, 백혈병등 중중질환자 365명을 대상으로 처방약 복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128명(35%)가 약을 먹지 않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건의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이중 44.4%에 해당하는 88명은 약을 먹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서 약을 먹지 않았으며 42명(21.2%)은 ‘약의 부작용이 심해서’, 25명(12.6%)은 ‘가끔 복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을 먹지 않은 환자 중 자신의 판단만으로 약을 먹지 않은 경우도 104건(52.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인식 개선이 요구됐다.

또한, 약을 빠지지 않고 먹은 환자들 중에서도 4명 중 1명(24.7%)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시간을 놓쳐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나 규칙적인 복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누구보다도 약 복용을 성실히 해야 하는 암ㆍ희귀난치성 등 중증질환자들 중에서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 복용을 하는 환자들이 35%나 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약을 제때 먹지 않는 경우 질병 치료의 효과 저하는 물론이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약, 제때 먹지 않으면 치료 효과 30%가량 감소 = 한편, 약을 제때 먹지 않거나 용량을 임의로 줄여서 복용할 경우 치료효과가 최대 30%가량 감소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세계적인 혈액관련 질병전문지인 블러드지에 발표된 IRIS연구 결과 16개국, 177개 병원에서 치료받은 만성골수성백혈병환자 553명에 대해 7년간 추적조사를 한 결과, 시간을 잘 지켜 1년이상 꾸준히 약을 먹은 332명의 환자중 95.48%인 317명이 완치돼 10년 이상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약 복용을 중단한 221명 중에서는 150명(67.88%)만이 생존했으며 대부분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임의로 약을 줄여 복용하는 것 역시 치료 효과를 15%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르면 치료약을 임의로 줄여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 98명중 77명만이 치료효과를 보여 78.57%의 치료율을 보였지만 기준량에 맞춰 약을 먹은 경우 135명중 127명이 치료돼 94.07%의 치료율을 보였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약을 복용하다 보면 혈액내의 이상유전자가 감소하면서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거나, 반대로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약의 복용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약의 복용을 중단할 경우 약에 의해 줄어든 이상유전자들이 다시 증식하면서 병이 다시 도지게 되고, 심할 경우 유전자들이 약에 내성을 갖게 돼 치료가 어려워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 약을 ‘깜빡’ 했다면? 의사에게 상의하세요 = 물론 최선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지만 만약 약을 실수로 놓고 왔거나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어떻게 할까?

약먹는 것을 잊어버렸다거나, 하루 이틀정도 먹지 않았다고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습관적으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약을 끊은 경우가 아니라 어쩌다 한번 약을 먹는 것을 잊었다면 크게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복용의 경우 질환에 따라 해법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번, 4알의 약을 먹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약을 ‘깜빡’한지 12시간이 채 안됐다면 약을 먹는 것이 낫지만, 12시간이 넘었다면 먹지 않고 다음날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혈액속의 약 농도가 너무 높아져 부작용을 크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환과 몸상태, 약의 종류에 따라 대체복용법이 모두 다르다. 가장 좋은 것은 담당의사에게 찾아가거나 전화해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 것이다. 처음 처방을 받을 때부터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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